“패스, 패스! 슛! 아~ 까비.”
지난 25일 일요일 오후 2시 서울 가산동 마리오아울렛 4층 야외 풋살장. 20~40대 일반 남성들의 5대 5 풋살 게임이 펼쳐졌다. “뒤로, 뒤로! 앗 거기 말고, 이쪽이요. 오~ 나이스 슛!” 실력은 아마추어이지만, 열정만큼은 국가대표 선수급.
‘소셜 풋살’에 도전했다. 소셜 풋살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일정 금액을 내고 풋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플랩풋볼·퍼즐풋볼 등 풋살 매칭 스타트업이 용산 아이파크몰, 롯데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 쇼핑몰 또는 대형 빌딩 옥상 등에 설치된 풋살장을 빌려, 참가자를 모아 진행한다.
◇실력은 아마추어, 열정만은 국가대표
이날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20대 중후반 대학생부터 30대 초반 직장인 등으로 다양했다. 모두 처음 만난 사람들로 서로에 대해 전혀 몰랐다. 나이는 몇 살이고, 축구를 잘하는지 등. 하지만 골을 넣고, 풋살을 즐기려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30대 직장인인 한 참가자는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동호회 등에서 축구를 했지만, 결혼 후 시간을 내기 힘들어 주말 시간이 날 때 소셜 풋살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대학생은 “오늘 풋살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러 나왔다”고 했다.
이날 게임은 플랩풋볼을 통해 진행됐다. 참가 비용은 1명당 1만2000원. 소셜 풋살은 고객이 원하는 날짜, 장소,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연간 회비를 내며 정기적으로 게임을 하며 스케줄을 조절하기 어려운 축구·풋살 동호회와 비교되는 소셜 풋살의 장점이다. 플랩풋볼 등 스타트업이 국내 풋살 시장을 파고든 핵심 전략이다.
국내 소셜 풋살 시장은 약 2019년부터 본격 형성됐다. 이후 ‘골때리는 그녀들’ ‘뽈룬티어’ 등 TV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현재 일반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랩풋볼을 비롯해 퍼즐풋볼, 아이엠그라운드, 어반풋볼, 위드풋살 등의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고, 현재 전국에서 매달 약 3500개의 소셜 풋살 게임이 열릴 정도로 성장했다.
소셜 풋살의 게임은 총 2시간이고, 3파전으로 진행된다. 한 게임당 12~13분으로 한 팀이 총 6게임을 할 수 있다. 팀 인원은 풋살장 크기에 따라 5명 또는 6명이다. 가산동 마리오아울렛 풋살장은 가로 30m·세로 15m로 5대 5로 진행되고, ‘소셜 풋살의 메카’로 떠오른 용산 아이파크몰 풋살장은 가로 40m·세로 20m 6대 6으로 진행된다.
이날 게임은 참가자들의 열정으로 넘쳤다. 시작하자마자 “파이팅”을 연신 외치며 팀원들은 서로 힘을 북돋았다. 첫 게임은 기자가 속한 팀의 6대 0 패배. ‘내가 너무 못했나’라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기일전해 다음 경기는 4대 1로 승.
그러나 두 번째 게임까지 점수를 세고, 그 다음부터는 게임을 즐겼다. 소셜 풋살은 기본적으로 점수를 세지 않는다.
게임 매너도 좋았다. 이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실수를 하면 “미안해요”라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때로는 상대 팀 참가자를 향해 다소 거친 몸싸움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파울이 나거나 참가자가 넘어지면 “미안하다”며 경기를 중단했다 시작했다.
◇소음 등 소셜 풋살 해결 과제도
그럼에도 상대 팀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보복성 태클 때문이다. 상대 선수가 자신의 발을 밟거나 찼을 때 ‘미안하다’는 말없이 그냥 게임을 진행한다면, 그다음 보복성으로 상대의 발을 차거나 몸싸움을 하는 경우다. 기자도 2~3번 상대 팀원으로부터 발을 차였지만, 그냥 지나갔다. 마음 한편에는 ‘매너가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셜 풋살은 소음 등으로 주변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도 받는다. 게임을 할 때 참가자들이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어, 대형마트 고객 또는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인이 풋살장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뺏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타트업들이 용산 아이파크몰 풋살장 등 인기 풋살장을 시간대별로 모두 예약해 일반인들이 서울 등 인기 풋살장을 예약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용산 아이파크몰 풋살장 등은 매월 1일, 다음 달 풋살장을 예약하는 구조로, 이날만 되면 풋살장 예약 전쟁이 펼쳐진다.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매니지먼트학과 교수는 “앞으로 축구든 풋살이든 소셜 게임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장의 수는 한계가 있어, 개인과 개인의 충돌, 개인과 기업의 충돌 등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자율 경쟁 체제 안에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