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Chat GPT

장례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이 기존 상조회사와 다른 서비스로 10조원에 달하는 장례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수익 규모나 인지도에서 뒤처져 있지만 시장 규모가 크고 추후 인구 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장례 서비스 운영 스타트업들은 후불식 상조 서비스, 부고문자 연계 화환 사업, 장례식장 업무 관리 시스템, 장지 비교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 비교를 통해 소비자가 내야 할 금액을 낮추고 장례식장 업무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고이장례연구소’는 후불식 상조 서비스를 무기로 2021년 통합 장례 플랫폼 ‘고이’를 선보였다. 기존 상조회사들은 계약 기간에 따라 선수금을 분할 납부받은 뒤 장례 발생 시 용품 제공과 행정 업무 등 일괄적인 용역을 제공한다. 이와 달리 고이장례연구소는 각 품목별 금액을 명시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만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만 지불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소비자 부담을 낮춘 것이다.

고이장례연구소는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지난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25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매출은 지난해 약 35억원으로 2023년(약 12억원)보다 3배 가량 늘었다.

‘삼가’와 ‘아이리스코퍼레이션’은 각각 부고문자를 연계한 화환 사업과 장례식장 업무 관리 시스템, 장례 계획·장례식장 경영 개선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각각 지난해 약 67억원, 약 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업체도 영업이익이 낮거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 플랫폼 전문가는 “사업 내용을 보면 IT 인프라 개발과 고객 유입을 위한 홍보 활동, 장례식장·장지와 제휴 구축 등 초기 고정 비용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장례 서비스 스타트업의 적자 규모가 1억~6억원 사이라서 흑자로 전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장례시장은 선수금 기준 10조원으로 성장했지만 스타트업들의 점유율은 여전히 낮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선수금 2조2296억원, 매출 2765억원을 기록했고, 보람상조(선수금 1조5000억·매출 1209억원)와 교원라이프(선수금 1조4546억원·매출 1255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들 회사를 포함해 대명스테이션과 더케이예다함이 전체 매출액 75%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상조회사들의 점유율이 견고하지만, 후발주자들은 시장 잠재력에 주목하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교원그룹 사내벤처로 시작한 장례 종합 플랫폼 ‘첫장’ 운영사 ‘첫장컴퍼니’는 지난해 11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수도권 장지비교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첫장컴퍼니는 독립 분사한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간 매출 약 1억1000만원, 영업이익 1834만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장원봉 첫장컴퍼니 대표는 “장례를 결혼처럼 미리 준비하는 소비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은 스타트업이 장례 분야 중 하나를 집중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향후 하나의 장례 플랫폼에서 관련 절차를 모두 처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40·50대가 장례 주요 소비자지만 디지털과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가 핵심 소비자층으로 떠오르면 장례 플랫폼 수요와 소비가 많아져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