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뿌리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21대 대선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8일, 중소기업·소상공인 전문가 3인은 차기 정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중소기업 역량 강화’를 꼽았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혁신을 주도하고 제조업 부흥의 발판이 될 중소기업 역량을 강화해야 대한민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전화로 진행한 조선비즈 인터뷰에는 중소기업 전문가인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과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소상공인 전문가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서 나아가 중소기업 역량을 강화해 한국 제조업 밸류체인의 판을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차기 정부가 중소기업 성장 정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기부가 조직 개편에 나서 ‘중소기업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육성도 지금까지의 단순 현금 지원에서 벗어나, 성장을 위한 상권 중심의 생태계 활성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분리안 “현실과 동떨어져”
지난 22일 국회의장 직속 싱크탱크인 국회미래연구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육성·지원하는 중기부 개편안을 화두로 던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중소기업 육성 등 중기부 핵심 기능을 넘기고, 소상공인 정책을 별도의 청(廳)으로 분리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중기부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을 강조했다.
추문갑 본부장은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에서 벗어나, 한국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기부를 산업부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한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대전환해야 하고, 이를 주도할 중기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제조업 부흥을 위해서는 그 밑단에 있는 금형, 주물 등 뿌리 산업부터 되살려야 한다”며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할 만큼 중요한데, 뿌리 산업은 낮은 임금과 청년층 유입 부족으로 밸류체인이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뿌리 산업 부활을 통한 한국 제조업 밸류체인 강화가 대선 이후 중기부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추 본부장은 “한국의 뿌리 중소기업이 현 상태로 간다면, 최근 강력한 관세정책으로 제조업 부흥에 나선 미국과 ‘중국 제조 2025’란 산업 고도화 전략을 펼치며 제조업 강국으로 올라선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더욱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교수는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차기 중기부의 제1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중기부가 더이상 내수와 복지 중심의 부처가 아니라 기술, 무역, 브랜드, 사람을 세계로 연결하는 성장 사다리로서 제2의 산업화를 이끌 중소기업 2.0 시대로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기부가 2017년 중소기업청에서 부(部)로 승격됐지만, 7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화 성과는 정체 혹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중소제조업 판매액 중 수출 비중은 2017년 14.8%에서 2024년 8.2%로 하락했고, 수출 중소기업 수는 10년째 약 9만5000개에 머물고 있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무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공지능(AI) 역량을 통합 관리할 ‘글로벌 전략실’을 신설해야 한다”며 “2030년 3억명 이상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중산층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분리안 우려...정책 분권화 필요
모종린 교수는 중기부의 소상공인 정책을 따로 떼어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소상공인 정책 위상 약화를 우려했다.
모 교수는 “산업부, 중기부 분리 체제를 유지하면서 각 부처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중기부를 차관급 청으로 격하하는 것은 소상공인 정책의 중요성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산업부는 철강·조선·반도체 등 기존 전략산업의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반면, 중기부는 창업가들이 시장 기회를 포착해 새롭게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즉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의 크리에이터 전환, 로컬 브랜드 성장 등 새로운 기업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소상공인 정책의 분권화’도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 소상공인이 지역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 중심의 개별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시군구 단위의 관리·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이어 “온라인 사업과 대기업의 위협 속에서 상인의 정체성을 ‘크리에이터’로 변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독특한 카페, 체험 공간, 문화 콘텐츠 등으로 골목 상권을 조성하고, 고유한 동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