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살린다던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믿었지만, 현재 어떻습니까. 우리(소상공인)만의 책임일까요?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다음 정부라고 뭐가 달라질까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이모(61)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약 30년간 한식집을 운영해 왔으나 현재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이 사장은 코로나 당시 대출받은 약 1억2000만원을 최근 겨우 갚았지만, 식당이 계속 적자를 내고 있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장은 “아이를 키우며 돈이 계속 들어가는데 식당을 운영해도 돈이 생기는 게 아니라 빚을 갚는 것에서 끝나고 있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을 다시 반복해서 이겨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상권. 현장에서 만난 30년 경력의 한식집 사장은 “빚만 갚다 끝난다.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코로나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사장의 고민처럼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이날 종각지하쇼핑센터에서 20년 넘게 의류·잡화 매장을 운영한 한 사장은 “지하쇼핑센터 내 공실률이 30%에 이른다”며 “임대료, 관리비 등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영업자는 매달 줄고 있다. 지난 4월 전국 자영업자 수는 561만5000명으로, 지난해 4월(562만1000명)보다 6000명 줄었다. 1월에는 전년 대비 2만8000명 줄었고, 2월에는 1만4000명, 3월에는 2000명 감소했다.

그래픽=정서희

◇폐업 몰린 자영업자들 “버티는 것도 한계”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하나 같이 “손해가 나도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그동안 했던 일을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어서다. 이들이 정부 지원에 목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예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자영업자는 사장이 아니에요. 혼자 일하죠. 더욱이 현재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직원을 줄여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종로구에서 만난 또다른 음식점 사장 김모씨의 말이다.

김 사장은 석달 전 직원 한명을 내보냈다. 올해 들어 월 매출이 작년에 비해 3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이 매장에서 서빙하고, 남편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동시에 물과 반찬 등은 손님이 직접 가져와 먹는 셀프 구조로 바꿨다. 음식을 다 먹은 후 그릇도 손님이 주방 앞 퇴식대로 가져다 놔야 한다. ‘서비스가 별로’라는 고객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이익을 내기 위해 직원을 줄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 가장 많이 들어가는 비용은 크게 세 가지다. 재료 값과 인건비 그리고 월세 등 관리비다. 여기서 식당 사장이 이익을 내기 위해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인건비다. 하지만 일은 늘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악화된다.

실제로 직원을 두지 않는 자영업자를 뜻하는 ‘나홀로 사장님’이 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석달째 전년 동월과 비교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가 증가했다. 4월 기준 전체 자영업자 중 나홀로 사장님은 421만5000명으로 75%에 달한다.

◇대선주자 지원책 ‘시큰둥’…“판을 바꾸고 혁신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채무조정 지원 등 소상공인 지원 공약을 내걸었다. /뉴스1

대선을 앞둔 현재, 자영업자들은 유력 대선주자들이 내건 지원책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자영업자 채무조정 지원과 소비 확대를 위한 상품권 발행 등을 중심으로 한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구체적인 지원책을 봐야 알겠지만, 이 정도로는 “택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금리 대출 등 정책자금 확대는 일시적 자금 지원일뿐이고,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 소상공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송치영 회장은 “자영업자들의 삶이 곪을 대로 곪았고 기존 지원책으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며 “대출이자 완전 탕감 등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 혁신도 제기된다. 소상공인 전문가로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돈을 풀어 소비를 촉발해 민생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차기 정부는 지역별 특성을 살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장사하기 좋은 공간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개개인의 상품 콘텐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소상공인 지원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