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농기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업 아랄그룹(Aral Group)이 한국의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000490)(Daedong)과 손잡고, 한국산 브랜드 ‘키오티(KIOTI)’ 트랙터의 현지 판매를 본격화한 것이다.
튀르키예는 트랙터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4위, 유럽 1위의 시장이다. 이 시장은 최근 정부의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와 보조금 확대를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의 흐름에 진입했다. 트랙터 등록 대수 약 230만 대 중 60%가 20년이 넘은 노후 장비로, 교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키오티 트랙터가 단기간에 시장의 주목을 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의 기술력과 더불어, 한국과 튀르키예 간의 오랜 신뢰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참전 이후 두 나라는 정치·경제·산업 전반에 걸쳐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최근에는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잇는 야부즈 술탄 셀림 대교(제3대교), 마르마라해와 다르다넬스 해협을 연결하는 1915 차나칼레 대교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연이어 참여하며 현지에서 기술력과 신뢰를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상호 신뢰 기반은 한국 농기계 브랜드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튀르키예 정부 역시 농촌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트랙터 구매 보조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21년 240억 리라(약 1조1000억 원)였던 보조금은 2023년 540억 리라(약 2조4000억 원)로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아랄그룹은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 발맞춰, 2028년까지 약 3500억 원 규모의 트랙터(20~140마력) 공급 계약을 대동과 체결했다. 이들은 강력한 지역 대리점 네트워크 구축과 현장 중심 전략을 통해 튀르키예 농민들과의 접점을 넓히며 브랜드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아랄그룹의 케난 야부(Kenan Yavu) 트랙터 사업 영업 총괄과 인터뷰를 통해 키오티 브랜드의 현지 반응과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아랄그룹은 어떤 회사이며, 농기계 사업에는 왜 진출했나.
“아랄그룹은 30년 넘게 자동차와 건설 분야에 투자해온 국제 기업이다. 튀르키예 농업의 기술 수요와 트랙터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농기계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키오티는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라고 판단했다.”
― 튀르키예 트랙터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튀르키예는 연간 약 6만5000~7만 대의 신차 트랙터가 판매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시장이다. 등록된 트랙터 중 60% 이상이 20년이 넘은 노후 장비로, 교체 수요가 매우 크다. 다양한 농작물이 연중 재배되는 환경이라 소형부터 대형까지 폭넓은 제품군이 필요하다.”
― 정부 보조금과 환경 규제 등 시장 환경 변화는 어떤 영향을 줬나.
“2020년 이후 정부 보조금 확대와 배출가스 기준 강화가 맞물리며, 시장은 교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안정되면 연간 10만 대 이상으로도 확대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 한국 브랜드인 키오티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떤가.
“처음에는 생소한 브랜드였지만, 현장 시연, 박람회 참가, 디지털 홍보, 대리점 확대 등을 통해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과 튀르키예의 오랜 유대와 신뢰가 브랜드 수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농민들로부터 기술력과 내구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시장 진입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트랙터는 연간 2개월 정도 집중 사용되는 계절성 기계라 고장 시 서비스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부품 공급과 AS 체계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운영해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이 부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향후 시장 전략과 목표는 무엇인가.
“3% 시장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지역 내 신뢰 높은 대리점과 협력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농민들에게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제품군 확대도 함께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