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여행사 모두투어네트워크(이하 모두투어)가 2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모두투어(080160) 창업주 우종웅(78) 회장의 장남 우준열(48) 부사장은 지난달 1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우 사장은 취임 이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여행서비스 제공 등의 디지털 전환(DX)과 주력 사업인 패키지 상품을 강화해 모두투어의 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 사장 취임 한 달 만에 모두투어는 코스닥 시장에서 ‘우량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관리 등급이 한 단계 낮아지면서, 재무 건전성 우려 시각이 일고 있다.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모두투어에 대한 우 사장의 낮은 지분율(0.2%)을 끌어올리는 것도 경영 승계를 위한 우 사장의 과제로 꼽힌다.
◇우준열 사장 취임, 실권은 여전히 ‘父 우종웅’
모두투어는 1989년 우종웅 회장이 설립한 여행사로, 주로 내·외국인을 상대로 여행 알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숙박업과 부동산 투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모두투어는 모두투어인터내셔널, 크루즈인터내셔널, 모두스테이 등 비상장기업 12개를 계열회사로 두고 있다. 대부분 여행업과 여행알선업에 관련된 회사다.
모두투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매 영업’에 나서며 성장했다. 소비자에게 직접 여행 상품을 파는 대신 대리점을 확보해 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세를 키웠다.
모두투어는 지난달 1일 우 회장의 장남인 우준열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공식 발표했다. 우 사장이 입사 23년 만에 회사 경영을 총괄하게 되면서 모두투어는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우 사장은 2002년 계열사 크루즈인터내셔널에서 경력을 시작한 뒤, 2010년 모두투어로 자리를 옮기며 여행업 실무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2016년 전략기획본부장을 시작으로, 경영지원본부장, 총괄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져왔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아직 ‘완전한 2세 경영’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 사장의 모두투어 지분은 0.2%에 불과하지만, 우 회장은 10.9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실질적 의사 결정권은 여전히 우 회장에게 있다는 분석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우준열 사장 취임 이후에도 우종웅 회장이 매일 출근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며 “우 사장이 경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만, 아직 우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 회장은 모두투어 설립 3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지분 상속과 관련 내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으로 우 회장의 입지가 여전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 회장의 차남 우준상(45) 크루즈인터내셔널 사장도 모두투어 지분 0.16%를 보유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 강화, 실적 개선 과제
2세 경영을 본격화한 모두투어가 맞이한 과제는 재무 건전성 강화와 실적 개선이다. 회사는 최근 코스닥 우량기업부에서 벤처기업부로 사실상 강등됐고, 2024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58% 급감하는 등 경영 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모두투어의 소속 부문을 지난 2일 우량기업부에서 벤처기업부로 조정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매년 상장기업을 기업규모, 재무건전성, 기술력, 경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등 세 부문으로 나눠 관리한다. 모두투어는 이 가운데 최상위 등급인 우량기업부에 있었으나, 올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아래 단계인 벤처기업부로 조정됐다.
모두투어가 우량기업 자격을 상실한 핵심 이유는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 때문이다. 우량기업부로 유지되기 위해선 최근 3개년 평균 ROE가 5% 이상이거나, 평균 당기순이익이 30억원을 넘어야 하지만 모두투어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ROE가 낮다는 것은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모두투어의 2022년 당기순이익이 코로나 여파로 저조했고, 이로 인해 최근 3개년 평균 수치가 기준에 못 미쳤다”며 “이에 따라 벤처기업부로 분류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모두투어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2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6억원으로 58%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은 대손상각비 증가다. 2024년 대손상각비는 5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87% 급증했다. 대손상각비는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채권을 비용으로 처리한 금액으로, 지난해 불거졌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외부 요인에 따른 실적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여행업 섹터 자체는 성장하고 있지만,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 특성상 최근 항공 참사, 내수 침체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