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에 있는 유명 빵집 마감빵을 사려고 앱 알람을 맞춰놨는데, 알람이 뜨자마자 바로 매진되더라고요. 다음엔 꼭 성공하려고 벼르고 있어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마감 시간에 남은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절약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 부담은 줄이고,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33)씨는 “퇴근 후 유명 베이커리에 들러 마감빵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앱은 ‘럭키밀’. 당일 생산하고 남은 음식을 약 50%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이 앱은 주변 맛집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럭키백’을 예약하면 남은 음식을 랜덤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빵, 포케, 떡볶이 등 다양한 품목이 등록돼 있지만, 특히 빵 구매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성수나 마포 등 인기 베이커리가 입점한 지역은 앱에 등록되자마자 품절될 정도로 수요가 높다. 이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럭켓팅(럭키밀+티켓팅)’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럭키밀을 운영하는 모난돌컴퍼니는 2024년 5월 설립 이후 1년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0만 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 3월 기준 주문 건수는 전월 대비 238%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도 191% 상승했다. 전체 이용자 가운데 2030세대가 69.6%를 차지하며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버려질 뻔한 못난이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 ‘어글리어스’도 2030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과일이나 채소의 모양·크기가 일정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유통되지 못했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며, 환경 보호와 가계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어글리어스’는 전국 각지의 농가에서 외형이 일정하지 않은 농산물을 공급받아 소포장 후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다. 같은 품질의 일반 농산물보다 약 30% 저렴하게 제공되며, 소비자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마트에서 사과 4개가 만 원이 넘는 걸 보고 구매를 포기했다”며 “모양만 다를 뿐 맛은 똑같은 못난이 농산물을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21년 2월 설립된 어글리어스는 매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2024년)에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121억7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유진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전공 교수는 “버려질 식재료를 낮은 단가로 확보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면 이익을 낼 수 있어 스타트업들에게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절약 앱의 인기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와도 맞닿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낮은 취업률로 인해 생필품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며 “2030세대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의로운 소비’에 관심이 많아, 이러한 앱을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