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기의 기둥 부분인 타워를 주로 만드는 씨에스윈드(112610)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13억5400만달러(약 1조9840억원)로 1년 전(19억1400만달러)보다 3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또 다른 풍력 설비 회사인 태웅(044490)의 수주잔고는 1134억8300만원에서 1404억5100만원으로, 유니슨(018000)이 1118억9300만원에서 1370억400만원으로 각각 22~23%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성적표다.

수주잔고는 기업이 수주한 계약 중 아직 공급 완료되지 않은 계약의 총금액을 말한다. 향후 매출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지표 중 하나다.

3일 각 사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이처럼 풍력 중견기업 3사의 수주 동향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그래픽=손민균

이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3조원이 넘는 매출 가운데 2조원 가까이를 미국에서 벌어들였다. 비중으로 보면 64%에 이른다.

최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기조를 급선회하고 있다. 바이든 시대 특수를 누렸던 풍력은 특히나 직격탄을 맞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각)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 관할 지역에서의 신규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전면 일시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해상풍력의 경우 사실상 전체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평가받는다.

씨에스윈드가 지난 3월 초 미국 해상풍력 단지에 대려던 풍력발전기 구조물 공급 계약이 취소됐다고 공시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회사 측은 계약 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그 규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당 수주는 2026년부터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었다.

반면 실적이 저조했던 태웅과 유니슨의 경우 각각 유럽과 국내 시장을 정조준해 수주를 늘렸다는 차이점이 있다.

태웅은 지난 4분기에 530억원 규모의 풍력 신규 수주를 올렸다. 작년 말 수주잔고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는 전량 유럽 지역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용 부품(플랜지)이며, 올해 1~3분기에 걸쳐 매출로 인식될 전망이다.

유럽 지역은 풍력 하부구조물 시장 수요가 큰 상황으로 알려진다. 씨에스윈드가 풍력타워에 이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시장에 뛰어든 건 이 때문이다.

태웅은 금속을 두들기거나 늘려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단조 전문업체로 해상풍력에서 전체 매출의 44.7%를 올리고 있다. 산업기계(15.9%), 산업 플랜트(14.5%), 조선·선박엔진(16.2%) 등으로도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풍력발전기 터빈을 만드는 유니슨은 최근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10MW(메가와트)급 해상풍력 터빈 개발에 성공, 올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5월부터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25MW 규모의 해상풍력을 설치한다는 목표다. 내수가 중심인 유니슨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