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할인 프로모션을 한다며 20%를 할인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100% 부담하는 방식이라 어렵다고 하니 5유로(10% 수준)만이라도 내려달라더군요. 대신 ‘민다’에서 가격을 10% 올리면 결국 ‘마이리얼트립’에서 20% 할인가를 적용하는 셈이라는 대체 옵션까지 알려주더라고요.”
지난 12일 한인 민박 전문 플랫폼 ‘민다’의 김윤희 대표는 유럽의 한 민박으로부터 이런 제보(하단 이미지 참조)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한인 민박을 취급하는 플랫폼은 6개다. 해당 상품만 주로 취급하는 민다와 ‘여행 슈퍼 앱’을 표방하는 마이리얼트립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둔 플랫폼으로서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마이리얼트립이 사실상 ‘민다 죽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김 대표는 보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측은 2주간 한시적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850여개 한인 민박 입점사를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물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중 10%가 안 되는 약 100개사 정도가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통상적인 프로모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민다와 마이리얼트립은 한인 민박 정보 불법 탈취를 놓고 법정 공방도 벌이고 있다. 민다가 20년간 모은 한인 민박 정보를 이 시장에서만큼은 후발 주자인 마이리얼트립이 무단으로 탈취했다는 것이 골자다. 민다는 10억원을 물어내라며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마이리얼트립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액에서는 견해 차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또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단을 기반으로 향후 입장을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5월 민다가 마이리얼트립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변론기일이 3월 14일 예정돼 있다.
양측의 법적 갈등은 지난 1월 민다 측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화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2022년 5월부터 8월까지 약 3개월간 마이리얼트립 소속 직원이 민다 플랫폼에서 141건에 달하는 허위 예약을 통해 한인 민박 정보를 취득했다는 것이다.
민다에 따르면, 이런 예약과 취소 과정을 통해 마이리얼트립이 취득한 데이터베이스(DB)는 73건이고, 이 가치는 거래액 기준 약 245억원, 수수료 매출 기준 약 24억원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마이리얼트립 측이 예약한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바우처에서 민박 전화번호, 이메일, 카톡 아이디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취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해당 민박에 접촉해 플랫폼에 올리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20년간 발로 뛰어 모은 데이터 자산을 도둑맞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 세계 한인민박을 전부 합쳐도 1000개가 안 되고, 당시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곳이 폐업까지 하면서 공급이 굉장히 부족했다”며 “탈취 사건이 있던 2022년은 갑자기 하늘길이 열리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한인 민박의 거래가 ‘J커브’로 늘어날 때라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가 컸다”고 덧붙였다.
민다는 이런 공방과 별개로 지난해부터 마이리얼트립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거래 건수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등(위 그래프 참조)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다는 이번 사건에 대해 형사 1심에서 승소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마이리얼트립의 전 직원 A씨가 저지른 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민다는 A씨와 마이리얼트립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민사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판결은 이르면 4월 나올 예정이다.
마이리얼트립 측은 한인민박 정보 획득이 불법인지 여부, 이로 인해 민다가 주장하는 손해를 실제 본 것인지 여부, 손해를 봤다면 어느 정도 배상을 해야 하는지 적정 금액 등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직원의 일탈로 ‘꼬리 자르기’ 하는 것이 전혀 아니며, 민사 소송 결과에 따라 입장을 공식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스타트업계 일각에선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마이리얼트립 같은 규모 있는 스타트업이 공정 경쟁하지 않고 경쟁사에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방식의 가장 쉬운 길로 DB를 모았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 “재발 방지 약속과 사과, 피해 배상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