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반도체 장비 회사 원익IPS의 구내식당. 이날은 특식인 ‘우마카세 된장갈비’가 나오는 날이었다. 우마카세 된장갈비는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끈 음식이다. 이 메뉴의 ‘원조 쉐프’는 흑백요리사를 통해 유명해진 윤남노다. 윤 쉐프는 이날 특식 요리를 위해 구내 식당을 방문해 본인이 조리한 음식을 배식했다. 원익IPS 구내식당을 운용하는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구내식당의 가치를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고품격 미식 경험과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로 확장하려고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라고 했다.

지난 11일 원익IPS 구내식당을 찾은 윤남노 쉐프. 윤 셰프가 조리부터 배식까지 했다. 이는 급식 위탁운영사 CJ프레시웨이가 펼치는 급식 캠페인 ‘더 미식 테이블’의 일환이다. /CJ프레시웨이 제공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급식 업체들이 미식(美食)과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J프레시웨이만 이런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웰스토리는 올해 하반기에 영국 ‘고든 램지 스트리트버거’와 싱가포르 맛집 등을 구내식당에서 맛볼 수 있도록 글로벌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이미 지난달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의 버거 브랜드의 제품을 구내식당에서 선보인 바 있다. 아워홈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의 협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닭갈비 전문점 ‘유가네’나 카레 전문점 ‘아비꼬’와 협업해 메뉴를 내놓는 것이 대표적이다.

급식 업체들이 구내식당 운영과 관련해 미식 영역이나 주요 외식 브랜드에 관심을 두고 협업 기획을 이어가는 배경엔 치열한 수주전이 있다. 급식 업체들은 통상적으로 2~3년 간격으로 구내식당 운영권을 입찰에 참여해 이를 따낸다. 예전에도 수주전은 치열했지만 최근엔 수주전의 기준이 달라지면서 다른 의미로 치열해졌다.

과거 급식 위탁사들은 최저 입찰 가격을 맞추는 데 더 주력했다. 기업들이 구내식당 운영비를 단순 경비로만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담당 부서도 통상적으로 총무부가 담당했다. 급식 위탁 운영사의 영업 대상은 당연히 총무부 임직원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인사부에서 급식 위탁 운영사 선정에 관여하는 경우가 늘었다. 구내식당에서 먹는 한 끼가 ‘직원 복지제도’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영업 대상은 인사부 임직원으로 바뀌었고, 수주 기준에는 임직원 만족도 조사가 반드시 포함된다. 영양소 균형에 맞춰 획일적으로 밥과 국, 반찬 3개로 꾸려져 나오던 구내식당이 복날엔 복날 특식, 신년엔 신년 특식으로 바뀐 이유다.

한 급식 업체 관계자는 “맡고 있는 급식사업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수시 평가에 참여하는 임직원 만족도가 높아야 하고, 이렇게 기록을 만들어두면 나중에 다른 사업장 수주에 나설 때도 활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분위기가 이같이 바뀌면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 후기에 일희일비하는 경우도 생긴다. ‘맛있다’는 평가가 나오거나 특식을 자랑하는 글이 올라오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급식 업체들은 ‘맛이 없다’거나 ‘부실하다’는 평가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기획전을 자주 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급식 업체 전략실 관계자는 “맛이 없다거나 부실하다는 평가를 방지하려면 때에 맞춰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특별한 음식을 제공하거나 유명 쉐프와의 협업에 나서는 이유”라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구내식당에서 펼쳐지는 ‘미식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워홈이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물밑에서 급식 수주전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워홈은 그간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사옥의 구내식당을 운영했던 푸디스트를 밀어내고 구내식당 운영권을 수주했다. 신규 먹거리 사업지로 꼽히는 군 급식 사업장에서도 공군 3개 부대 병영 식당 운영권을 잇달아 따냈다.

급식 업계 관계자는 “구내 식당을 운영하는 회사는 정해져 있는 만큼 한쪽이 수주를 새로 하면 한쪽은 뺏기는 셈”이라며 “마치 파도타기처럼 한쪽에서 뛰면 다른 쪽도 같이 뛸 수밖에 없다. 임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