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산에서 쑥과 도라지, 젖은 흙내음을 맡고 자랐습니다. 돈 훌리오의 원료인 블루 웨버 아가베 역시 땅 속 깊이 뿌리내리는 식물이죠. 뿌리에 대한 경의와 공동체의 가치를 하이볼에 담았습니다”
박희만 참 제철 바텐더
지난 9일 열린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코리아 리바이브 2025' 결승전에서 참 제철의 박희만 바텐더가 무대 위에 심사위원을 모이게 한 뒤 재료를 살펴보게 하고 있다. 박 바텐더는 이날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변지희 기자

지난 9일 오후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코리아 리바이브 2025’ 결승전이 열린 한남 한화손해보험 사옥. 결선에 참여한 바텐더 10명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대회 미션을 수행했다. 지역 식재료와 ‘돈 훌리오 블랑코’를 사용해 창작 칵테일을 선보이는 ‘데킬라 하이볼 미션’, 싱글몰트 위스키 ‘싱글톤 15년’을 사용해 파티 분위기에서 즐기기 좋은 창작 칵테일을 소개하는 ‘싱글톤 칵테일 미션’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됐다. 경연 참가자는 두 가지 음료를 10분 안에 만들어야 한다.

10명 가운데 두 번째로 시험을 치른 참 제철의 박희만 바텐더는 이날 우승자로 선정됐다. 그는 무대에서 한국 식재료를 활용한 것은 물론 오는 9월 결승전이 열리는 캐나다의 야생 채집 문화를 표현한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 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선보였다. 돈 훌리오 블랑코와 쑥을 농축한 토닉워터와 도라지, 캐나다의 루바브와 버섯 등을 활용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을 단상으로 모이게 한 후 직접 재료를 살펴보고 향을 맡아보게 해 주목받기도 했다. 박 바텐더는 “원물을 다듬고 가공해 음료로 표현하면서 종종 재료의 본질을 잊고는 한다. 질감, 향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본질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했다.

전날 열린 월드클래스 코리아는 지난 3월부터 2번의 예선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바텐딩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실력과 개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시그니처 칵테일을 개발하고 이를 돋보이게 할 콘셉트와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수개월간 치밀하게 준비한다.

결승에 오른 10명은 박 바텐더를 포함해 김희선(바 참), 조영준(빌라레코드), 김서윤(티앤프루프), 박성곤(페르마타 서울), 박세준(바 공간), 성준호(앨리스 청담), 송문근(내추럴8 드래곤시티), 육수빈(바 피어), 최지우(기슭) 등이다. 심사위원으로는 과거 월드클래스코리아 우승자들과 월드클래스 글로벌 2015 챔피언인 카네코 미치토가 참여했다.

최종 우승자로 선정된 박 바텐더는 오는 9월 한국 대표로 글로벌 월드클래스에 참가해 세계 최정상 바텐더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글로벌 월드클래스는 올해 16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규모 바텐딩 대회다. 세계 60여개국, 1만여명의 바텐더가 참가한다.

전날 무대에 오른 바텐더들은 한국의 식재료를 다채롭게 활용했다. 바 참의 김희선 바텐더는 된장 가루를 하이볼에 활용했다. 그는 “된장은 가족과 이웃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고, 밑거름이 되어 우리 삶의 기반이 되어준다”라며 “전국 각지에서 된장을 만들지만 지역마다 기후와 문화가 달라 각각 고유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제가 사는 이태원에서는 외국인들의 식탁에 다양하게 섞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라 레코드의 조영준 바텐더는 생강을 밥솥에 재운 농축액을 활용했다. 그는 “강원도산 생강을 껍질채 압력솥에 17일간 재워 돈 훌리오 블랑코의 페퍼리한 풍미를 표현했다”라며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것뿐 아니라 밥이나 곡물을 솥에 찌거나 익히는 한국 전통의 ‘로컬 테크닉’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바이브 2025' 결승전에서 마지막 경연인 '스피드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는 박희만 바텐더./디아지오 코리아 제공

이날 행사는 관계자를 제외한 일반 관객만 200명이 참석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네이버 사전 예약을 진행한 결과다. 이번 행사는 처음으로 일반 대중도 경연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오픈형 경연 대회’로 진행됐다. 많은 소비자들이 고급 음주 문화인 ‘파인 드링킹’과 바텐딩 문화에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열린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오픈형 경연대회를 꾸리기 위해 디아지오코리아는 한화손해보험과 공간 후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화손보 한남사옥은 문화 전시와 브랜드 행사를 꾸준히 이어온 복합공간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문화 플랫폼’으로서 공간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행사도 경연에 더불어 브랜드 존, 레스토랑 협업 공간, DJ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