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약 6000개에 달하는 국내 푸드테크 기업이 단백질 가공·대체 식품에 국한돼 있다. 단순한 제조 방식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나 정보기술(IT) 등이 접목된 식품 안전 관리가 돼야 한다.”

손병익 네오젠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진행한 ‘네오젠코리아 한국 법인 설립 3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병익 네오젠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진행한 '네오젠코리아 한국 법인 설립 3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네오젠은 1982년 미국에서 출범한 식품·동물 안전 분야 전문 기업이다. 2022년 미국 다국적 제조 기업 ‘쓰리엠(이하 3M)’ 식품안전사업부를 인수·합병(M&A)했고, 그해 한국에 지사와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업본부를 설립했다. 현재 140여 개국에 진출해 식품·동물 안전 및 유전체학 종합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손 부사장은 “3만1000여 개의 국내 식품 가공·제조업체 중 약 70%에 달하는 기업이 수출하고 있고, 김밥을 포함한 다양한 케이(K) 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은 식품 자체뿐 아니라 식품 안전에 대한 여러 규격·제도 등을 시도하기 좋은 테스트 베드(Test bed·시험의 장)”라고 말했다.

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진행한 '네오젠코리아 한국 법인 설립 3주년 기자 간담회'에 비치된 네오젠코리아 대표 제품들. /민영빈 기자

네오젠코리아는 식품 안전 관리를 위한 장비를 개발하고자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페트리필름(Petrifilm)’이다. 페트리필름은 미생물 배양용 건조 필름 배지로, 간편하고 신속하게 미생물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병원균성 세균을 필름에 배양한 뒤 AI와 머신러닝이 접목된 기기(페트리필름 플레이트 리더)를 통해 6초 이내에 세균 수를 정확히 셀 수 있다.

이 외에 ▲60~75분 만에 정확한 식중독균 검사에 적합한 살모넬라·리스테리아 검출 키트 및 등온 증폭 분자 검사 시스템 ▲곡물에서 발생하는 곰팡이균·독소 검사를 위한 스크리닝 타입 키트 ▲알러지 반응을 대비하기 위한 효소 면역 측정법 기반의 기기 등에도 AI·머신러닝 등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 있다.

박준영 네오젠코리아 지사장은 “우리가 제공하는 모든 기기는 국제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외 고객사나 연구 기관 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식품 안전·품질 관리와 리스크 대응에 임할 수 있도록 디지털 혁신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이광원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손병익 네오젠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 박준영 네오젠코리아 지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의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진행한 '네오젠코리아 한국 법인 설립 3주년 기자 간담회'를 마친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 안전 시장은 연평균 7.8% 성장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244억달러(약 한화 33조2000억원) 규모다. 2030년엔 382억5000만달러(52조10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광원 한국식품안전연구원장(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은 “소비자의 식품 안전에 대한 기대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더욱 정밀하고 체계적인 식품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며 “특히 수출을 염두에 둔 상향화된 국제 표준화 작업도 필수”라고 했다.

식품 리콜(자진 회수) 등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데도 안전 관리는 중요하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소 식품기업이 문제가 된 제품을 리콜할 때 직접 비용은 3억원에서 5억원, 간접비용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대기업의 경우 직접비용은 50억원에서 100억원, 간접비용은 200억원에서 500억원까지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여기에 안전사고 발생 시 브랜드 가치는 평균 10~30%까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식품 기업이 예방 차원에서 안전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AI·머신러닝,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융합 기술 등으로 예측형 안전 관리를 실현할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차단해 리스크를 관리하면 소비자 신뢰도가 향상돼 시장 점유율도 확대하기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준다”며 “식품 안전을 위한 예방 투자는 미래 수익 창출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