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가 동네 상점의 상품을 퀵커머스(즉시 배송)로 배달하는 ‘쇼핑’ 카테고리를 출범했다. 꽃, 화장품, 의류 등 개인사업자가 판매하는 상품을 쿠팡이츠의 배달 기사(라이더)가 한 시간 내 배달하는 서비스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최근 앱에 ‘쇼핑’ 탭을 신설하고, 개인사업자 상점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알리고 입점을 독려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에서 시범 운영 중으로,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은 무료 배달로 이용할 수 있다.

해당 탭에 들어가면 사용자가 설정한 지역의 과일 가게와 반찬 가게, 정육점, 꽃집, 옷가게 등이 노출된다. 쿠팡이츠에 입점한 한 디자인 소품 업체 관계자는 “시험 삼아 입점했는데, 주 2~3회 정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앞서 쿠팡이츠는 2021년 말 생필품과 식품 등 마트 상품을 한 시간 내 배달하는 ‘이츠마트’를 출범했다가 2년여 만에 서비스를 축소한 바 있다. 당시 쿠팡이츠는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직매입해 도심 거점 물류센터(MFC)에 보관해 두고 배달하는 서비스를 서울 강남·서초·강동·송파구에서 시범 운영했으나, 현재는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배달 앱을 비롯해 이마트(139480), 네이버, 다이소 등 온오프라인 경쟁 유통 플랫폼들이 퀵커머스를 강화하자, 해당 사업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다. 상품을 직매입해 배달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닌, 개인사업자 매장을 입점시켜 이들의 상품을 배송하는 오픈마켓 방식을 도입해 운영 효율을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2025년 기준 연간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배민)은 ‘장보기·쇼핑’ 퀵커머스 사업의 연간 거래액이 조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사가 상품을 직매입해 운영하는 ‘B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75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처음 흑자를 달성했다. 이 외에 배민은 편의점 4사(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를 포함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1만개 이상 입점하고,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픈마켓형 퀵커머스를 운영 중이다.

최근 신설된 쿠팡이츠의 '쇼핑' 탭(맨 윗줄 왼쪽 첫 번째). 음식 외에 동네 상점의 상품을 퀵커머스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현재 서울 강남구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쿠팡이츠 캡처

요기요도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 등 모기업인 GS리테일(007070) 사업 부문과 연계해 퀵커머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허서홍 부사장이 수장으로 오른 후 플랫폼BU 산하 O4O(Online for Offline·온오프라인 연계) 부문에 퀵커머스실을 승격하는 등 해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도 연내 ‘지금 배송’이라는 이름으로 퀵커머스 도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업계 1위인 배민과의 경쟁이 격화하자 쿠팡이츠가 퀵커머스 사업에 재시동을 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배민은 최근 교촌치킨 등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의 단독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쿠팡이츠를 제외한 배민과 요기요, 공공 배달앱 땡겨요, 교촌치킨 자체 앱에만 입점하는 게 골자다.

현재 쿠팡이츠는 기업이 아닌 개인사업자와 연결을 통해 퀵커머스 사업을 시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올 3분기 중 서울 전역에 정식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시장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앱 업체 한 관계자는 “‘빠른 배달’이라는 역량을 보유한 만큼, 비식품 분야로의 확대는 사업 효율성 향상을 위한 필연적인 전략”이라며 “배달이 어려웠던 골목상권 상인들에게도 인프라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