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사이다 제로 740 스트리트 현장. /롯데칠성음료 제공

“사장님, 떡볶이 옆에는 칠성사이다가 있어야죠. 코카콜라만 가져다 두셨네요. 가격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사장님께 좋은 기회입니다.”

지난 18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 분식집들이 자리한 거리. 롯데칠성음료 영업직 직원들이 전단지를 들고 한 분식집에 들어섰다. 테이블이 4개만 있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건너편 분식집 테이블도 6개에 불과했다. 통상 음료 영업에 나설 때 직원들이 식당가를 방문하긴 하지만, 이렇게 작은 규모의 분식점까지 들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유통망을 사람 몸에 비유하자면 대동맥이 아닌 모세혈관까지 둘러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이렇게까지 영업에 나서는 이유는 ‘제로 탄산음료’ 판매 확대를 위해서다. 이 회사의 작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내수 부진 탓이 크다. 음료 부문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았다. 롯데칠성음료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4조245억원, 영업이익은 1849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 감소했다.

정한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내수 소비 둔화가 지속되고 제로 탄산음료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음료 매출 증가율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내수 회복 시점이 지연되고 있어서 목표주가를 낮춘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롯데칠성음료의 1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 줄어든 9103억원, 영업이익은 31.9% 감소한 250억원을 기록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수출이나 필리핀 펩시코 등 해외 자회사 매출은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내수 경기침체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음료 부문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고 했다. 1분기 별도 기준 음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4082억원, 영업이익은 45.6% 감소한 130억원이었다.

부진한 성적이 잇따라 나오자 롯데칠성음료는 설비투자는 소폭 줄이되 음료 부문에서 제로 관련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국내 설비투자비(CAPEX) 예산을 지난해 수립했던 24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줄였다. 또 제로 음료 부문의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칠성사이다 제로’의 신규 제품군으로 오렌지 맛을 새로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음료 소비가 많아지는 여름에 탄산음료 매출을 끌어올려야 승부할 수 있다”라며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한 주스 매출에서 희망을 찾긴 어렵고 제로 탄산음료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가격 할인 행사를 하면 이익이 줄어든다는 점”이라며 “롯데칠성이 그 중간 어디쯤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낼지가 주목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