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영원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금은 그저 물질일 뿐이다(Love is an emotion that can be felt for an eternity. Gold is just material).’

호주 와이너리 ‘바 에덴 에스테이트(Barr-Eden Estate)’의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다.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홈페이지 주소는 ‘러브 오버 골드(love over gold)’. 바 에덴 에스테이트가 생산하는 와인 중 가장 최고급 브랜드의 이름이다.

바 에덴 에스테이트는 금광 지대를 개척한 곳에 세워졌다. 금광 개발로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고 포도를 재배했다고 한다. 물질보다는 자연을, 돈보다는 사랑을 추구한다는 와이너리의 철학을 보여준다.

호주 와이너리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소유주인 피에르 앙리 모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변지희 기자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소유주인 피에르 앙리 모렐(Pierre-Henri Morel)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전 세계에 파트너사가 8개밖에 없다”며 “우리는 자연 그대로를 담은 극한의 우아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시장에 지나치게 드러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량 생산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 2021 빈티지는 700병 생산에 그쳤다. 이중 금양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에 100병이 수입됐다. 모렐은 “2021년은 완벽한 해였기 때문에 700병까지 만들 수 있었고, 올해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300병 생산에 그쳤다”고 말했다.

바 에덴 에스테이트는 호주의 쉬라즈 명산지인 바로사 밸리와 이든 밸리를 걸쳐 자리잡고 있다. 특히 러브 오버 골드가 생산되는 맹글러스 힐(Menglers Hill)은 해발 545m의 고지대다. 모렐은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질을 가진 지역 중 하나”라며 “호주 대륙이 인도, 남극 등과 연결돼 있을 때 형성된 고대 지층 위에 와이너리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도나무가 뿌리내리기 좋고 화산토, 화강암의 개성이 있는 땅”이라며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그해 자연이 준 그대로, 과일 자체의 순수함이 빛나도록 한다”라고 덧붙였다.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포도밭은 1850년대 폴너(Faulner) 가문이 이곳에 처음 정착해 소유했던 4000헥타르 중 일부다. 시간이 흘러 세대를 거치며 나눠진 땅은 현재 130헥타르만 남았는데 그중에서도 포도가 식재된 면적은 극히 일부다. 바로사 밸리는 1만2000그루가 넘는 포도나무를 갖고 있는 반면, 이든 밸리에는 2000그루만이 심겨 있다. 폴너 가문이 140년 넘게 소유하던 포도밭은 1997년 호주의 전설적인 와인메이커인 밥 맥린이 사들였다.

맥린과 친분이 있었던 바로사 밸리의 유명한 포도 재배자 조엘 매트쇼스(Joel Mattschoss)는 이 포도밭을 모렐에게 소개했다. 2014년 맥린과 매트쇼스, 모렐은 프랑스의 양조 기술을 적용해 ‘러브 오버 골드’를 만들었다. 몇 달 뒤 맥린은 세상을 떠났고, 매트쇼스와 모렐, 두 사람의 친구인 마이클 트웰프트리가 바 에덴 에스테이트를 설립했다. 트웰프트리는 바로사 밸리의 유명 와이너리 투 핸즈 와인즈(Two Hands Wines)를 설립한 사람이다. 현재 바 에덴 에스테이트는 모렐과 트웰프트리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와인들./금양인터내셔날 제공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제품 라인업은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2021) ▲러브 오버 골드 쉬라즈(2018) ▲러브 오버 골드 오마쥬(2022) ▲애비뉴 투 골드 쉬라즈(2019) ▲드림 오브 골드 쉬라즈(2022) 등 5종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포도 알 하나하나를 손으로 줄기와 분리해 수확한다. 모렐은 “긴 테이블 위에 포도를 펼쳐놓고, 마치 캐비어처럼 빛나고 터지지 않은 것만을 선별한다”라며 “줄기가 남아 있거나, 터진 포도는 절대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기계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포도를 발로 밟아 으깨며 몇 주간 껍질과 함께 둔 후 바스켓 프레스로 압착하는 전통 방식으로 양조하고 있다. 특히 쉬라즈는 1929년에 식재된 네 줄의 포도나무에서만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러브 오버 골드 그르나슈는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자부심이다. 포도밭에서 가장 높은 545m 고도에서 덩굴형으로 자란 그르나슈는 꽃다발 같은 향과 우아한 탄닌을 갖는다. 모렐은 “보통 호주의 그르나슈는 과실미가 진한 편인데 바 에덴 에스테이트의 그르나슈는 갓 자른 꽃다발을 연상시킨다”라며 “탄닌은 있지만 모래알처럼 작고 부드러운 느낌이어서 입안에서 미세하게 느껴진다”라고 설명했다.

러브 오버 골드 오마쥬는 밥 맥린을 기리기 위한 와인이다. 맥린은 이 포도밭에 무흐베드르와 그르나슈를 처음 심은 사람이라고 한다. 오마쥬는 2022년 첫 빈티지가 만들어졌으며 무흐베드르, 그르나슈, 쉬라즈를 블렌딩했다. 그르나슈는 신선미를, 쉬라즈는 향신료와 깊이를 더하며 무흐베드르가 중심을 잡아준다. 와인은 프렌치 오크에서 짧게 숙성되며, 새 오크는 사용하지 않는다.

화이트 와인은 생산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만들 계획이 없다고 한다. 모렐은 “장비부터 완전히 다르고, 어차피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건 500~600병뿐”이라며 “레드 와인만 제대로 하자는 게 우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량을 늘려)엄청난 부를 쌓는 것보다는 소량의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는 전 세계에서 최고 와인 중 하나인 ‘로마네 꽁띠’를 생산하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D.R.C(Domaine de la Romanée-Conti)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