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으로 ‘매운맛의 바이블’이 돼야 한다. 부드러운 매운맛의 까르보불닭이 사랑받는 것처럼 매운맛을 더욱 탐구하고 세분화하는 매운맛 바이블의 면모를 보여드리겠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은 11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에서 진행된 밀양 제2공장 준공식에서 “불닭이라는 별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오래 타오르기 위한 준비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양식품(003230) 밀양공장은 제1공장과 제2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해외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력을 강화하고자 지난 2022년 5월 밀양 제1공장을 설립했다. 이후로도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인기가 식지 않자, 삼양식품은 제1공장 준공 3년 만에 제2공장을 지었다.
◇연간 8억4000개 생산 맡는 삼양식품 밀양 제2공장… 해외 수출 대응력 강화
지난해 3월 첫 삽을 뜬 후 약 15개월 만에 완공된 밀양 제2공장은 연 면적 3만2989㎡(약 1만평) 규모의 생산제조 시설 중심의 공장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으로 이뤄진 공간에 구축한 6개의 생산라인(봉지 라면 3개·용기 라면 3개)에서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에 따르면 기존 생산공장(원주·익산·밀양 제1공장)에서 만든 연간 최대 불닭볶음면 시리즈 제품량은 20억8000만개다. 밀양 제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연간 8억4000개가 추가 생산되는 만큼, 앞으로 연간 최대 불닭볶음면 시리즈 생산량은 29억2000만개로 추산된다.
이 중 밀양 제1공장과 제2공장에서만 15억8000만개가 생산된다. 이는 삼양식품의 전체 수출 물량의 약 50%에 해당한다. 현재 삼양식품은 중국과 미국, 동남아시아, 중동·아프리카, 유럽 등 다양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삼양식품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고성장한 만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인프라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 매출은 1조7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33% 오른 3442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이때 해외 매출은 1조3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65.1% 늘었다. 전체 매출의 77%에 달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 법인 성장세는 각각 전년 대비 127%, 70%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은 424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80%에 달한다.
◇제면부터 포장까지 무인 자동화 시스템 도입…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
삼양식품 밀양 제2공장은 밀가루 제면부터 포장까지 전(全) 공정을 자동화 로봇과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다. 대표적인 게 자동화 물류창고와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을 통한 밀양 제1·2공장 간 물류 연계 공정을 최적화한 것이다.
실제로 불닭볶음면이 생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단계별 자동화 설비를 통해 공정이 이뤄진다. 밀가루와 배합수(정제수+소금+비타민 등) 반죽이 7단 롤러를 통해 면 시트가 되면 증숙(스팀으로 면을 쪄내는 공정) 터널에서 약 100℃의 증기로 3분 30초간 쪄진다. 납형 공정에서 자동화 기기를 통해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린 면은 틀에 담긴 채 약 180℃의 팜유에서 약 90초간 유탕 공정을 거친 뒤 3단 냉각기 설비로 이동한다. 이후 액상·분말·야채 스프가 면과 함께 폴리 포장 필름 위에 올라가면 밀봉된다.
이렇게 포장된 제품은 로봇을 통해 자동화 창고로 옮겨진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자동화 창고엔 약 3.5일치 재고를 보관하는데, 입고부터 출고까지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자동 운영된다. 이 외에 전기·스팀·가스 등 에너지나 공조시설을 자동 관리하는 빌딩 관리 시스템과 품질·설비 자동화·실적 관리 등 모든 분야를 실시간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생산 실행 관리 시스템도 도입된 상태다.
또 공장 외벽과 옥상에 태양광 패널 2105개를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22톤(t) 줄이는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불닭볶음면은 한 봉지를 만드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약 0.3㎏까지 줄였다”며 “더 건강한 지구를 위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실천해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코카콜라 아성 따라잡겠다는 삼양식품… 中 가품 논란·美 관세 등 돌파구도 고심
다만 삼양식품의 이 같은 행보는 불닭볶음면 시리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탱글과 맵탱 등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이번에 완공한 밀양 제2공장 또한 해외 시장에 수출할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생산하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는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점에 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로 코카콜라를 많이들 꼽지 않나. 우리 목표는 코카콜라의 아성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탱글과 맵탱을 포함해 신제품 출시도 계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의 밀양 제2공장은 미국·유럽·아시아권 수출용 불닭볶음면 시리즈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승용 삼양식품 밀양공장장은 “올해 밀양 제1공장은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밀양 제2공장은 중국 외의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 수출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며 “미국·유럽 시장은 까르보불닭볶음면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밀양 제2공장에선)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많이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일어나는 ‘불닭볶음면 짝퉁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지식재산권(IP)과 상표권과 관련해 각 법인에서 국가별로 대응을 하고 있다”며 “중국 법인에서는 가품 단속·규제 태스크포스(TF)팀도 구성해서 중국 공안과 협조해 가품 단속·규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와 관련한 대응책도 준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에 생산 시설이 없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4월 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상호 관세 25%를 적용한다고 한 것에 대해 가격 인상은 없다고 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기존에 라면 관세는 0%였지만, 현재는 10%의 관세가 붙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향후에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관련 TF를 꾸려서 해외 권역별 원가 구조 등을 미리 계산해서 대응책을 준비한 상태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을 정한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