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달걀을 고르고 있다. /뉴스1

미국 달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달걀의 수출길이 열렸다고 알린 지 석 달 만에 국내 달걀값도 급등했다. 섣부른 수출이 아니었느냐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달걀 가격은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걀 산지 가격 기준으로 평균 특란 한 판(30알 기준)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섰다.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7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달걀 산지 가격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이 꼽혔다. 지난 3월 충청권에서 고병원성 AI가 집중 발생해 지역 간 물량 불균형이 발생했고 결국은 전국 평균 산지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대한산란계협회가 꼽은 원인은 또 다르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축산법 시행령 개정’이 문제라고 봤다. 정부 규제가 문제라는 뜻이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산란계 사육 면적 기준이 50% 확대되면 사육 가능 마릿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아울러 지난 3월 물꼬를 튼 달걀 수출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3월 미국은 최악의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을 겪은 반면 당시 국내 달걀 가격은 안정세여서 첫 수출이 이뤄졌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계림농장은 지난 3월 특란 20t(1만1172판·33만5160알)을 미국 동부 조지아주로 수출했다고 밝혔다.

당시엔 달걀의 첫 수출 물꼬가 터진 것에 의미를 더 두는 분위기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시 달걀 수출에 대해 “AI를 성공적으로 방역한 덕분에 달걀 공급이나 가격면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수출 품질 측면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석 달이 지나 국내 달걀값이 오르고 그 이유로 AI 창궐이 꼽히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새 정부에 들어서 물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당시에 가격 상승 요인이 일부라도 있었다면 수출에 나설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수출 물량이 적어서 최근 가격 상승에 이바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상황 인식과 판단엔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달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 6월호’에 따르면 6~8월 달걀 산지 가격은 특란 10알 기준 1850∼1950원으로 1년 전보다 12.4∼18.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평균 가격보다 9.9∼15.8% 높은 수준이다.

달걀은 가장 저렴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재료다. 서민 밥상 물가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서울 신림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씨(56)는 “계란 프라이 무한 제공을 중단했다”면서 “단골 손님들이 추가로 내달라고 할 때마다 설명하기가 참 난감하고 가게를 안 찾아올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