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國旗)는 한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 국민의 자부심을 상징한다. 스페인의 국기도 마찬가지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루는 가로 배열의 세 줄 띠 위에는 국가 문장이 그려져 있다. 붉은색은 스페인 국민의 열정을, 노란색은 부와 번영, 스페인의 햇살을 뜻한다. 왼쪽 위에 있는 국장은 스페인의 왕정, 고대 왕국들의 통합, 지중해 제국으로서의 유산을 담고 있다. 국기 하나에 수백 년의 역사가 농축된 셈이다.
이처럼 상징성이 큰 국기를 상품 라벨에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스페인에서는 단 한 곳이 있다. 바로 쿠네(CVNE) 와이너리다. 1879년 설립된 쿠네는 리오하 지역의 대표 와이너리로 5대째, 140년 넘게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쿠네는 리오하 와인 산업의 근대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스페인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쿠네의 상징, 로고는 스페인의 국기다. 19세기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 왕실로부터 국기 사용 허가를 받았는데,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는 스페인의 대사이자 기수로서 스페인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빅터 우루티아(Victor Urrutia) 쿠네 공동 소유주 겸 최고경영자(CEO)
그의 말처럼 쿠네는 단순한 와인 생산자를 넘어 스페인의 품질과 전통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쿠네의 위상은 국제 대회와 공식 석상에서도 수차례 입증됐다. 대표 와인인 ‘임페리얼 그란 레제르바(Imperial Gran Reserva)’ 1994 빈티지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의 결혼식 만찬주로 올라갔고, 2004 빈티지는 미국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인’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쿠네는 임페리얼 라인 외에도 ‘그란 레제르바(Gran Reserva)’라는 보다 대중적인 와인을 선보인다. 두 와인의 차이는 포도 선별 기준과 생산 방식, 숙성 과정에 있다. 임페리얼 그란 레제르바는 뛰어난 해에만 한정 생산되며, 엄선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만 사용한다. 임페리얼 전용 셀러에서 숙성한다. 반면 그란 레제르바는 리오하 전통 양조 방식을 충실히 따르며 매해 생산된다. 상대적으로 접근성도 높다.
쿠네 와이너리는 리오하 알타 지역, 해발 약 500m 고지대에 있는 토레몬탈보(Torremontalbo)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점토와 자갈이 혼합된 배수가 좋은 토양과 연평균 약 500㎜의 강수량, 대륙성 기후에 지중해의 영향을 받아 일교차가 큰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포도나무는 평균 수령 45년으로 깊게 뿌리를 내려, 복합적인 향과 균형 잡힌 산도를 지닌 고품질 포도가 생산된다. 쿠네 와이너리는 쿠네 브랜드를 위해 250억원을 들여 포도밭과 나무, 오크통 등 관련 시설을 준비했다고 한다.
쿠네 그란 레세르바는 템프라니요(Tempranillo) 85%, 그라시아노(Graciano) 10%, 마주엘로(Mazuelo) 5%를 블렌딩해 만든다. 포도는 익음 정도를 정밀하게 관찰해 손으로 수확한 뒤, 24시간 동안 저온 보관하며 산화를 방지하고 향 손실을 줄인다. 이후 스테인리스와 콘크리트 탱크에서 자가 효모로 발효한다. 발효 후에는 며칠간 껍질과 함께 재워둔다. 젖산 발효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이뤄지며, 그 후 프랑스산과 미국산 오크통에서 24개월간 숙성된다. 병입된 와인은 천연 셀러에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36개월 이상 병 숙성을 거친다. 5년의 세월을 거쳐 세상에 나온다.
완성된 와인은 자줏빛이 도는 짙은 붉은 색을 띤다. 코에서는 잘 익은 붉은 과일 향과 함께 바닐라, 토피, 담배 잎, 향신료의 아로마가 조화를 이룬다. 입에서는 균형 잡힌 탄닌과 함께 발사믹과 과일 향의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지중해식 요리, 특히 육류 및 허브를 곁들인 요리와 잘 어울린다.
쿠네 그란 레제르바는 전 세계 와인 평가자들로부터도 꾸준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2018 빈티지에 94점을 줬다. 생기 넘치는 자두, 체리, 베리 향이 풍부하며 젊은 풍미가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캔터(Decanter)는 2015 빈티지에 94점을, 와인 애드보케이트(Wine Advocate)는 2018 빈티지에 92점을 매겼다. 2025 대한민국 주류대상 레드 와인 구대륙 부문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총 두 차례 대상을 받았다. 국내 공식 수입사는 롯데칠성음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