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사업 효율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과정에서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임대보증금을 활용한 유동화 상품 개발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신세계그룹 이마트 계열사 중 수익을 내는 대표적인 알짜 계열사다.

그래픽=정서희

2일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유통·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5000억원대에 이르는 임대보증금을 활용한 금융상품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임대인에게 맡겨둔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한 유동화 상품으로, 전세보증금 담보대출과 유사한 개념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임대보증금은 10년 전인 2015년 1961억원 수준이었지만 추가 출점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지난해 기준 5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자산유동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검토안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이마트 가양점, 성수점 등 알짜 점포를 매각하고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를 합병하는 등 효율화 작업을 이어왔다. 부동산 관련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에서는 스타필드 하남을 유동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 계열사가 각자 사업 효율화, 자산유동화 방안을 고민하던 와중에 부동산 자산이 없는 스타벅스코리아도 임대보증금을 토대로 한 방안을 내놨고, 그룹 차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세계 계열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도 “안정적으로 깔려 있는 보증금을 토대로 한 금융상품을 연구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임대보증금을 토대로 한 유동화 방안은 임대인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스타벅스 출점 속도가 둔화하면서 임대보증금 증가 추이도 둔화하고 있다는 점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국내 매장 증가율은 초창기에 30%를 기록한 이래로 두 자릿수대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성장세가 둔화한 시점은 2019년(9%대)부터였다.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전년 대비 점포 증가율은 6.1%에 그쳤다.

사모펀드 MBK가 선제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매장 임대인으로부터 받은 임대보증금을 유동화했는데도 문제가 생겼다. 돌려받을 보증금을 근간으로 하는 유동화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비슷한 금융상품인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을 생각해 보면 이에 동의해 주는 임대인(집주인)은 많지 않을 텐데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검토안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모두가 모시고 싶어 한’ 우량 임차인이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임차인으로 스타벅스 모시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건물을 아예 스타벅스 요구에 맞게 신축해서 임차를 맞추는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져 왔다.

부동산 시행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우량 임차인이기 때문에 유동화 방안을 사전에 요구했다면 동의해 줬을 임대인도 여럿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른 임차인이라면 어려웠겠지만 스타벅스에 대한 브랜드 파워에 따라 가능도 했을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임대보증금을 중심으로 한 유동화 상품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