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FBC가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의 ‘스택스 립(Stag’s Leap Wine Cellars)’을 국내에 출시한다.

마커스 노타로 스택스 립 수석 와인메이커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아영FBC 제공

아영FBC는 지난 27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클럽 코라빈’에서 스택스 립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 6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페이(FAY) 카베르네 소비뇽 2020’, ‘S.L.V. 카베르네 소비뇽 2020’, ‘캐스크(Cask) 23 카베르네 소비뇽 2021’, ‘아르테미스 카베르네 소비뇽 2021’ 등 스택스 립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이다. 이와 함께 화이트 와인 2종(아베타 소비뇽블랑 2023, 카리아 샤르도네 2023)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아영FBC는 그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인을 수입해 왔다. 다만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예컨대 신세계L&B는 로버트 몬다비와 쉐이퍼, 나라셀라는 할란 등을 수입한다. 스택스 립 역시 나라셀라가 오랜 기간 독점 수입해 왔고 이후 신세계L&B를 거쳐 이번에 아영FBC가 독점 수입하게 됐다. 역사적 의미와 평판, 인지도를 모두 갖춘 스택스 립을 수입하게 되면서 아영FBC의 미국 와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간담회에는 스택스 립의 수석 와인 메이커 마커스 노타로(Marcus Notaro)가 참석해 브랜드 철학과 포도밭의 특징을 직접 소개했다.

스택스 립은 1970년 워렌 위니아스키(Warren Winiarski)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S.L.V.(Stag’s Leap Vineyard)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1976년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 블라인드 시음회에 1973년산 S.L.V. 에스테이트 카베르네 소비뇽을 출품, 프랑스 최고급 보르도 와인인 샤토 무통 로쉴드, 샤토 오브리옹 등을 제치고 레드 와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일은 프랑스 중심의 와인 산업 구조를 바꾸고, 나파밸리를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와인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미국을 만든 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노타로 수석 와인 메이커는 “S.L.V는 구조감이 과하지 않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으며 우아하다”며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와인들이 이런 특성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나파밸리 전체 포도밭은 길이 45km, 너비 9km 정도의 크지 않은 규모지만 화산암과 퇴적암이 섞인 토양, 가파른 지형, 큰 일교차 등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인이 생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택스 립이 자리잡은 지역은 저녁엔 안개와 구름이 끼고, 아침엔 빠르게 따뜻해져서 포도가 풍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풍미를 낸다”며 “여름과 가을은 건조하고 겨울은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영FBC가 출시한 스택스립 와인 6종./아영FBC 제공

창립자인 위니아스키는 파리의 심판 후 네이든 페이의 포도밭을 추가로 인수하고 ‘페이(FAY)’라는 이름의 와인을 선보였다. 노타로 수석 와인 메이커는 “S.L.V를 생산하는 포도밭과 페이를 생산하는 포도밭이 붙어있어 동일한 날씨의 영향을 받는데, 토양이 달라서 포도가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폭우가 오면 계곡의 암반이 침식돼 포도밭으로 밀려오는데, S.L.V는 비교적 어린 토양이며 거칠고 붉은 암반이다. 블랙커런트, 다크 초콜릿, 흙내음 등의 강건한 향이 나는 포도가 생산된다. S.L.V. 카베르네 소비뇽은 구조감이 탄탄하고 토양 특유의 미네랄리티가 돋보인다. 노타로 수석 와인 메이커는 “S.L.V는 20~30년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페이는 비교적 오래된 토양으로 회색 점토에 가까운 찐득한 특성을 갖는다. 페이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는 탄닌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산미의 와인을 만들어낸다. 붉은 체리, 라즈베리, 바이올렛, 장미 등의 우아한 향이 특징이며 숙성을 거쳐 복합적이고 섬세한 풍미를 낸다.

스택스 립의 또 다른 대표 와인 ‘캐스크 23’은 워렌 위니아스키가 ‘미국 와인 양조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드레 첼리체프와 함께 만든 제품이다. S.L.V와 페이의 최고 구획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블렌딩해 만든 스택스 립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블랙 체리, 블랙 커런트, 삼나무, 향신료, 모카, 바이올렛 등 복합적인 향이 겹겹이 펼쳐진다. 풍부하고 농축된 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나파 밸리의 우아함과 힘, 구조감과 섬세함을 모두 담은 대표작으로 꼽힌다.

스택스 립은 지난 2007년 창립자인 위니아스키가 은퇴하면서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가문에 인수됐다. 안티노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 명가 중 하나로 현재 26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아영FBC 관계자는 “스택스 립은 미국 와인의 기원을 보여주는 정체성 그 자체”라며 “이번 출시는 아영FBC가 미국 프리미엄 와인 포트폴리오에 지속적인 정성을 들여온 노력의 결실이며 치열한 미국 와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