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일소주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연간 수출액 1억달러(약 1372억원) 돌파에 청신호를 켰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과일소주를 활용한 칵테일 레시피 등이 퍼지며 해외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국내 제조사들도 수출 전용 신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27일 조선비즈가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전체 소주 수출액은 5632만달러(773억원)로 전년 동기(5634만달러·774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일반 소주 수출액은 2943만달러(404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3178만달러·437억원) 대비 7.4% 감소했다. 반면 과일소주 수출액은 2689만달러(369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2456만달러·337억원) 대비 9.4% 증가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일반 소주 수출이 감소했지만, 과일소주가 그만큼의 성장세를 보이며 전체 소주 수출 실적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과일소주 수출액은 1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 소주류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9% 증가해 처음으로 2억달러(2748억원)를 돌파했다. 이 중 일반 소주는 1억409만달러(1430억원), 과일소주는 9654만달러(1326억원)였다. 작년에도 전체 소주 수출액의 거의 절반가량을 과일소주가 차지하면서 케이(K)-소주 수출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했다.

과일소주는 2010년대 중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다소 인기가 시들해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일반 소주보다 과일소주에 대한 선호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SNS에서는 요구르트나 과일과 섞어 마시는 칵테일 레시피가 연일 화제를 모으며, 다양한 국가의 젊은 소비자들이 과일소주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과일소주를 활용한 칵테일 제조법이 SNS에서 활발하게 공유되며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요구르트나 생과일과 섞어 마시는 식이다. 희석식 소주 특유의 쓴맛이 외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반면, 과일소주는 달콤한 맛으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문용 술’로 주목받는 것이다.

최근 코트라(KOTRA)가 발표한 캐나다 토론토 지역에서의 한국 소주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내 맥주와 와인류 수입은 정체된 반면 한국 소주 수입은 최근 5년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토론토 지역 소매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제품 등록 현황을 보면 과일소주는 19개 제품, 기본 소주는 6개 제품으로 과일소주가 3배 이상 많이 등록돼 있다.

코트라는 “과일소주는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아 소주류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라며 “자몽, 복숭아, 청포도 등의 과일소주는 기존의 도수 높은 술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대안으로 인식되며, 특히 20~40대 여성 소비자층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콘텐츠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한국 음료와 함께 한국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외식 업계에서는 한국식 바비큐나 이자카야 스타일의 음식점이 한국 전통주를 활용한 페어링 메뉴를 구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류 소비로 연결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주류 제조사들도 과일소주 수출 확대를 위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수출 전용 신제품 ‘레몬에이슬’을 출시했다. 이는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 복숭아에이슬에 이어 네 번째 수출 전용 제품으로, 도수는 참이슬 프레시(16도)보다 낮은 13도다. 해당 제품은 미국, 중국, 베트남 등 26개국에 수출될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순하리 처음처럼’ 과일맛 시리즈 9종을 해외에 수출 중이며, 최근에는 자두와 리치맛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오비맥주 역시 과일소주 생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일소주는 K-주류가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와 SNS 친화적인 제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