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내놓은 ‘버디패스’ 서비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버디패스란 소비자가 월 7900원을 내고 가입하면, 오후 2시 이후에 구매하는 커피 가격을 30%를 할인해 주고, 무료 배달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입니다. 소비자를 스타벅스 플랫폼에 더 오래 묶어둬 경쟁사로 옮겨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실적에 버디패스 출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7% 증가한 761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측은 1분기 실적 개선 이유에 대해 “멤버십 고객의 지속적인 확대와 프리미엄 매장 론칭 등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버디패스를 새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있는 만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버디패스 효과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해 왔습니다.

실제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버디패스 효과를 자랑한 적도 있습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버디패스 출시 두 달 후인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버디패스 이용자들의 가입 이후 평균 구매 금액과 구매 건수는 서비스 이전 대비 각각 61%, 7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버디패스를 이야기를 삼가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스타벅스 임대인 몇 명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탓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임대인들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버디패스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면서 임대인에게 내야 할 임대료(월세) 일부를 누락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버디패스와 임대료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전국 매장 대부분을 임차 형태로 운영하면서 임대료를 순 매출의 일정 비율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1억원의 순매출을 올렸다면 1000만원(매출의 10%)~1600만원(매출의 16%) 수준을 임차료로 지급합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버디패스 등 일부 할인 혜택입니다. 임대인들은 할인 전 금액으로 매출을 보고 임대료를 계산해야 하는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측이 할인 후 금액으로 매출을 산정하고 임대료를 지급했다고 주장합니다.

소송이 제기되자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버디패스 가입자 수가 전체 이용자 대비 많지 않아 임대료에 실질적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버디패스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어렵다는 해명이 나온 셈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잘못하면 임대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면서 “스타벅스는 버디패스가 잘 돼도, 잘 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송전의 핵심 원인을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매출 둔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통신사 할인이나, 임직원 할인 등의 행사가 있었지만 이를 둘러싸고 매출 누락이라는 식의 임대인 불만은 현저히 적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를 임차인으로 둔 한 임대인은 “교외에 드라이브스루(DT) 점포를 내기 위해 스타벅스가 원하는 대로 설계와 인테리어를 해주다 보니 생각보다 큰돈을 마련해야 했다. 대출이자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임대료 수익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은 매출이 지금보다 더 증가해야 해결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매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인상 등의 문제도 있지만 커피 시장 경쟁 심화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리고도, 2021년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커피 시장 경쟁이 심해진 가운데 버디패스 도입 및 운영시간 연장 등을 통해 매출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면서 “버디패스 가입 전후 소비자 구매 패턴을 비교한 결과, 방문 빈도수와 구매 금액이 증가해 매장 임대료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갑(임대인) 같은 을(임차인)’ 시대가 지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신 다이소나 올리브영을 임차인으로 받는 것이 더 낫다는 전망도 많습니다. 최근 스타벅스는 특성화 매장을 늘리는 등 다양한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다시 한국 커피 시장을 평정하는 날이 도래할지 눈길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