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형마트와 배달앱 업체 등 유통업계가 규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강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강화 가능성에 “시대착오적 발상”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안은 14건이다. 이 중 8건은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들이다.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했다. 현행법상 규정된 대형마트의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업 규제를 그대로 유지해 소상공인 보호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는 유통법의 핵심 내용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폐지, 새벽 온라인 배송 허용 등을 골자로 규제 개선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동력이 상실됐다.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민생 의제 발표회’에서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한정하는 등 규제 강화 방침을 시사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지난 2012년 유통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매월 두 차례 일요일 의무 휴업을 강제한 게 골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됐다.
유통업계는 시장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에서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변했다고 본다. 이에 지난해부터 일부 지자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등 자체 조례를 개정했지만, 근본적인 법 개정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낡은 규제로 영업을 제한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정권 교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온라인 채널 강화와 점포 리뉴얼 등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각종 규제의 표적이 되면서 온·오프라인 경쟁에서도 밀리고, 새로운 동력을 찾는 데도 애먹고 있는 게 대형마트의 현실”이라며 “정치권에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침체한 경기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배달업계, 상생안 뒤집는 법안 검토에 “실효성부터 따져야”
배달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배달 플랫폼 상생안을 가까스로 도출했지만 이를 두고 ‘반쪽짜리 합의’ 등 잡음·불만은 계속됐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10대 공약에 포함하면서 규제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법(이하 온플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 플랫폼 규제 법안은 22건이다. 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됐다. 온플법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사간 갑을관계를 규율해 갑질행위 등 불공정 거래를 선(先) 방지하는 법안이다. 지배적 사업자로 정의한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입점사·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민주당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별도의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이강일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온라인플랫폼사업자의 수수료율에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외에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7월 내 배달의민족과의 합의 목표,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달 플랫폼 사건 처리 전담팀(TF) 구성 등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규제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또는 수수료 정책을 변경하라는 압박을 주는 것”이라며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을 때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실효성이 있는지, 오히려 다른 풍선 효과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닌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업계, 달라진 관광객 소비 패턴에 “현실에 맞는 제도 필요”
한편, 면세업계의 경우 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해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주요 4개 면세사업자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에 내·외국인 관광객 소비 형태 변화가 겹치면서 현 상황과 맞지 않는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들은 특허 수수료(라이선스 비용) 산정 기준 개편, 공항 임대료 산정 기준 조정 등을 바라고 있다. 현재 특허수수료는 매출액 기준으로 징수하고, 공항 임대료는 출국자 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출국자가 증가한다고 면세점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매출액 대신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특허 수수료 산정 방식 등 다른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 상황을 반영해 도입된 규제나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서 산업 경쟁력을 키워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