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엘비엠(LBM)의 인수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3000억원에 달하는 기대 몸값을 두고 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직영 6개 매장만으로 지난해 매출 8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확장성이 제한된 식음료(F&B) 브랜드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20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엘비엠(LBM)은 기업가치(지분 100%)에 준하는 3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엘비엠 측은 경영권 매각이 아닌 투자유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의 매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엘비엠은 카페 하이웨스트(Highwest)를 시작으로 카페 레이어드(Layered), 런던베이글뮤지엄 등 복수의 F&B 브랜드를 운영 중인 기업이다. 이효정 최고브랜드책임자(CBO)가 설립했다.
회사는 2022년 2월 법인명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으로 시작해 이후 법인명을 런던베이글뮤지엄(London Bagel Museum)의 약자인 엘비엠(LBM)으로 변경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안국점을 시작으로 도산, 잠실, 제주 등 국내에서 총 6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엘비엠은 감성적인 공간 기획과 제한된 지역 중심의 출점 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였다. 엘비엠은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복수의 사모펀드와 접촉하며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 왔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높은 몸값이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높은 내수 의존도와 빠른 트렌드 변화 속도로 F&B 매물에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멀티플 5~7배 수준인데, 엘비엠이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약 11배 이상의 멀티플을 적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엘비엠이 3000억원 가치를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엘비엠은 첫 실적 공개로 회사의 수익성을 증명했다. 지난해 엘비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96억원, 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21.1%, 영업이익은 9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80.5% 증가한 204억원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회사의 EBITDA는 271억원이며 EBITDA 마진율은 34%에 달한다. 매출총이익률은 61%, 영업이익률은 30%를 넘는다. 이 정도 수익성을 보이는 F&B 브랜드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하나의 근거는 충성도 높은 팬층과 높은 브랜드 파급력이다. 엘비엠은 연예인 모델이나 대규모 광고 없이도 ‘줄 세우는 매장’을 만들었다. 창업자 이효정 CBO가 전면에 나선 브랜드 운영은 인스타그램 기반 팬덤을 중심으로 고정 수요를 창출했다. 이는 고객 확보 비용이 적은 효율적 구조다.
다만 업계에서는 엘비엠이 희망하는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일반적으로 F&B 브랜드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해외 시장 진출이나 매장 수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통념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의 인기 빵집 성심당이 보여줬듯, 단일 도시에만 매장을 둬도 전국적 브랜드 충성도와 상징성을 갖출 수 있다는 반례도 존재한다. 성심당 운영사 로쏘의 지난해 매출은 1937억6000만원으로, 전년(1243억원) 대비 56% 급증했다. 단일 브랜드 빵집이지만,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보다도 영업이익이 많다.
런던베이글뮤지엄도 성심당과 마찬가지로 가맹점 없이 소수의 직영점만을 운영하고 있다. 성심당은 대전 지역에 6개 매장을 전부 직영점 체제로 운영 중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역시 현재까지 6개 매장만을 직영점으로 운영한다.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의 ‘러브콜’에도 쉽게 입점하지 않는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수원 스타필드 입점은 예외적인 사례다. 이는 지나친 확장이 브랜드 희소성과 ‘힙한 감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문을 연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급격한 매장 확장 이후 고객 이탈과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아울러 직영 중심 운영으로 엘비엠은 브랜드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인건비나 임차료 같은 비용을 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엘비엠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막판 조율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며 “수익성과 브랜드 충성도는 분명한 강점이지만 외형 확장 여력이 크지 않은 구조에서 밸류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이번 거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