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의 노사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사측은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정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수도권 주요 영업 지점에 대해 직장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임금 지급을 중단하고 법인차, 법인카드 등을 모두 반납하라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사측의 직장 폐쇄는 명백한 불법·부당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골든블루 노사 갈등은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작했다. 노조는 연봉이 업계 평균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임금 인상률을 맞춰달라고 요구했고, 성과급이 경영진의 재량이 아닌 명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달라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비즈에 “성과급이 원천징수 금액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지만 경영진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가 불만의 씨앗이 됐다”며 “회사도 임금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다만 한 번에 업계 수준으로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협상 도중 사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골든블루 노사는 연봉인상률을 2021년 8.7%, 2022년 8.5%로 합의했다. 그런데 2023년 사측이 입장을 바꾸면서 3.5% 인상으로 못 박아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골든블루 직원 연봉은 경쟁사의 60~70% 수준이다. 사측은 성과급 시스템 도입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든블루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로컬 위스키 브랜드다. 한때 0.1%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2017년 이후 50%까지 끌어올렸다. 토종 위스키의 자존심인 셈이다. 노조는 임단협이 결렬되자 작년 2월 쟁의권을 확보한 뒤 부분파업을 해왔다. 지난 7일까지 지속된 임단협에서 노사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사측은 수도권 4개 영업 지점에서 직장폐쇄를 한다고 통보했다. 해당 지점 조합원 25명이 업무에서 배제되고 임금 지급도 중단됐다.
사측은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정상 영업이 어렵고,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으며, 12년 만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매출 2094억원, 영업이익 3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6%, 32.1% 감소한 수치다. 지난 1분기에는 매출 1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6%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54억원을 기록했다.
노조는 회사 특성상 생산직보다 영업직, 사무직 직원이 많기 때문에 부분파업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매출 하락은 사측의 영업 전략 실패와 시장 환경 변화 때문”이라며 “제품 구성 변경, 무리한 신제품 출시 등 경영 실패를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불만을 키운 또 다른 요인도 있다. 오너 일가의 고액 연봉과 배당금이다. 박용수 회장 등 오너 일가는 2024년 주주배당금을 전년 대비 30% 인상해 총 65억원을 배당했다. 골든블루 전체 지분 중 81.7%는 박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중 53억 원이 오너 일가 몫이 된다. 일반 주주가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10억여원에 수준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18억8000만원을 수령했다. 과거에는 35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은 적이 있는데, 업계에선 지난해 배당금을 늘려 오너 일가의 소득을 보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직장 폐쇄와 관련, 대법원 판례는 노사 교섭의 경과, 쟁의행위의 형태, 사용자 측이 받는 타격의 정도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자 측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방위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의 업무에 실질적 지장이 있어야 하며 필요 이상의 과도한 직장폐쇄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년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던 경영진이 갑자기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오너가 직접 교섭에 나선 적도 한 번도 없다”며 “사측의 직장폐쇄는 명백한 부당 노동 행위로 가처분 신청과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