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097950) 계열사나 사업부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이 맘처럼 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굵직한 매각 건을 모두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그린바이오 사업부와 CJ셀렉타의 매각을 연이어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CJ제일제당은 이들 기업을 매각해 얻은 현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 인수합병 전에 뛰어들 계획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이 매각 건을 철회한 것은 사실 매수자 측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그린바이오 부문의 경우 사모펀드 MBK 측에서 매수 의사를 먼저 밝혀왔다가 MBK의 또 다른 투자사인 홈플러스에 문제가 생기면서 흐지부지됐습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겠다고 해서 이런저런 논의를 했는데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뒤따라와 거래를 접었다”고 말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2023년에 발표했던 CJ셀렉타 매각 계획도 철회했습니다. CJ셀렉타는 사료 원료로 쓰이는 농축대두단백(SPC) 분야 세계 최대 생산 업체입니다. CJ제일제당은 지분 66%를 약 4800억원에 매도할 계획이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곡물 기업의 자회사가 매수자였는데 선행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작아보여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인수합병 시장에 CJ제일제당에 뛰어들 여력이 줄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합병한 후 미국 시장에서 성장할 기반을 갖췄습니다. ‘제2의 슈완스’ 발굴로 글로벌 식품 종합 기업으로 발돋움하려고 했는데 당장은 실탄이 부족해졌습니다.
개별 기준 CJ제일제당의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967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전년도 현금성 자산(6353억원)과 비교하면 84.7% 감소했습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큰 인수합병을 성사해 한 번 더 도약을 꿈꿨을 텐데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남의 돈(차입)으로도 인수합병에 나설 수는 있겠지만 현금 곳간을 채워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매각 등 이미 비주력 사업으로 점찍은 사업 부서를 다시 궤도로 끌어올리는 일도 어려운 점은 많습니다. 경영 상황이 좋아지고 제값을 톡톡히 쳐줄 매수자가 등장하면 언젠가는 다시 되팔 사업부라는 점을 구성원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력 있는 인재가 장기적으로 회사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근로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내부적으로 두 건의 매각 철회에 대해 오히려 호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그린바이오 사업부의 매각에 대해선 더 그렇다고 설명합니다.
그린바이오 사업부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라이신’인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일어나는 와중엔 CJ제일제당이 우위를 점할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제조공장을 가지고 있어 경쟁사로 꼽히는 유럽과 중국 대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우위도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에 따라 오래 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장 미국과 중국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90일간 양국이 부과한 관세율을 115%포인트(p)씩 인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산에 매긴 관세는 145%에서 30%로, 중국이 미국산에 매긴 관세는 125%에서 10%로 낮아집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고삐를 죄었다가 풀었다가 하는 중이지만 궁극적으론 중국산 저가 라이신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매각 추진을 호재로 봤던 시각을 여전히 유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매각이 됐어야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면서 “매각이 잇따라 철회되면서 다시 한 번 기업가치를 띄울 시점을 놓쳤고 다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CJ제일제당이 제2의 슈완스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 도약의 토대를 이룰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