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의 올해 1분기 이익이 대부분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 침체 및 환율 상승 등 원가 부담을 이유로 주요 업체들은 연초부터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실제 실적 개선 효과는 2분기 말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다만 해외에서 선방한 일부 업체들은 1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래픽=정서희

1분기 영업이익 대부분 역성장... 하반기 실적 반등 전망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097950)의 1분기 매출은 7조40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3718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외에서 식품 소비가 줄어든 데다, 미국 토네이도로 디저트 공장 가동이 지연되며 부진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1분기 매출이 9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은 35.6% 급감한 24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내수 소비심리 위축과 코코아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롯데칠성(005300)은 전날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경기 침체 탓에 주류와 음료 매출이 모두 줄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9% 감소한 25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9103억원으로 2.8% 감소했다.

라면업계도 실적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농심(004370)은 1분기 매출이 9086억원으로 4.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3% 감소한 520억원으로 예상된다. 오뚜기(007310) 매출은 2% 증가한 9011억원, 영업이익은 10.9% 감소한 652억원으로 전망된다. 팜유, 전분 등의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선 실적 회복이 2분기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3월부터 만두·스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10%가량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월 초콜릿 제품 26종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했다. 농심도 신라면·새우깡 등 17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7.2% 올렸다. 하지만 기존 재고 소진과 소비자들의 사전 구매 등으로 가격 인상분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하는 시점은 2분기가 지나야 한다는 것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2분기부터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며 “국내 식품 판가 인상, 쿠팡 거래 재개, 5~6월쯤 미국 디저트 공장 정상화 등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롯데웰푸드는 가격 인상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가운데 3분기부터는 여기에 카카오 가격 하락분도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서울 도심의 한 마트 식품 코너. /뉴스1

◇ 수출 비중 80% 삼양식품, 영업이익 30% 증가할 듯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인 기업들은 실적 방어에 성공할 전망이다. 삼양식품(003230)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4982억원, 영업이익은 30.4% 증가한 104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은 수출 비중은 80%에 달해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수익성도 좋아진다. 하반기 밀양2공장이 가동하면 공급 부족이 해소돼 해외 성장세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오리온(271560)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8025억원, 영업이익은 6.2% 증가한 132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과자류 판매가 견조하게 유지된 덕분이다. SPC삼립(005610)도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207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는 대부분 기업이 가격 인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매출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해외 시장 확대가 실적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