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90)은 지난 23일 “미국의 사업가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보면,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는 구절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늘 엉뚱하지만 새로운 걸 생각하고 도전하는 게 청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교보강남타워에서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로부터 받은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동원그룹 제공

김 명예회장은 이날 본인의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 강연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물고기가 싫어하는 저주파(음파)를 발사해 물고기가 넘어가지 못하는 ‘벽’을 만들어 굳이 원양어선을 타고 먼바다까지 나가서 조업하지 않아도 되는 ‘바다목장’ 같은 엉뚱한 꿈을 꾸고 있다”라고도 했다.

김 명예회장은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한 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 기업인이다. 농업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농대 진학을 꿈꿨던 그는 ‘바다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원양어선 무급 실습 항해사가 됐다.

이후로도 도전하는 삶을 지향했던 김 명예회장은 항해사에서 선장, 수산업체 부장, 임원이 됐다. 특히 해양수산업에 그치지 않고 식품, 포장재, 물류, 금융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를 일궈냈다. 그는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카이스트에 사재 544억원을 기부하는 등 인공지능(AI) 분야 연구개발(R&D)과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동원그룹·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교보강남타워에서 열린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 기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김 명예회장은 동원그룹이 추진 중인 ‘육상 연어 양식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사업은 동해 밖 3.2㎞에서 퍼 올린 심해 바닷물을 파이프를 통해 끌어와 한류성 어종 연어를 육지에서 키우는 프로젝트다.

그는 “연어 양식 전문기업 노르웨이 ‘새먼에볼루션’과 협업해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정부 환경영향평가가 3년을 넘기면서 흐지부지됐다”고 했다. 이어 “3000억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의 지원은 필수”라며 “해양수산부는 이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통해 예산 지원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 명예회장은 동원그룹이 직면한 현안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된 동원F&B 상장 폐지와 관련, “모든 과정은 실무적으로 검토해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명예회장은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정치적 견해는 따로 없다”면서도 “특정 정치인·정당이 경제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시장을 기업에 맡겨야 인간의 무한한 창의력이 발휘되고 경쟁 원리가 작동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명예회장은 경영 에세이에 적은 ‘빠른 포기’와 관련, 적절한 시점이 언제인지 묻는 말에는 “포기의 시점을 일률적으로 따지긴 어렵지만, 실패했을 때 기업이 흔들릴 정도의 도전이라면 피해야 한다”면서 “다만 매몰 비용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새로운 걸 손에 쥐려면 기존 손에 쥐었던 것을 놓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