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13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식품공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일부 식재료의 판매를 중단시키고 회수했다가 보름 만에 철회한 일이 벌어졌다. 식품공전은 식품의 원료·제조·유통 등 전 과정에 걸쳐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과 규격을 담고 있는 규정집이다.
문제는 식약처의 오락가락 행정에 해당 원료로 식품을 제조하는 전국 10여개 식품사들이 혼란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제품 판매 중단·회수 조치를 받은 농업회사법인 JBF는 2대째 가업으로 운영 중인 회사인데, 이번 일로 유해물질 판매사로 낙인찍혔다.
23일 식약처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 JBF는 지난 2일 식약처로부터 갑오징어뼈를 원료로 사용한 미네랄 음료 ‘ENA활성미네랄A’의 판매중단·회수 조치를 받았다. 식약처가 판매중단·회수조치를 내린 이유는 원료로 활용된 갑오징어 뼈를 ‘비가식부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가식부위란 달걀 껍데기처럼 식품 원재료로 먹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JBF가 지난 23년간 식품공전에 따라 제품을 생산해 왔다는 사실이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갑오징어의 내장을 제외한 전체를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의 식품원료목록에는 더 정확하게 명시돼 있다. 식품원재료 목록에 원재료 코드 ‘A3000058070000′로 갑오징어뼈가 등록돼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갑오징어 내장을 제외한 전체가 식품원료이긴 하지만 갑오징어뼈는 통상적으로 먹지 않는 부위라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라면서 “게다가 식품원료목록은 업체가 직접 등록한 것이라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농업회사법인 JBF는 “식약처가 갑자기 ‘통상적’이라는 해석에 기대서 조치를 취했다”면서 “23년간 이 제품을 생산해 왔고 원래부터 식품원료로 등록돼 있었기 때문에 직접 식품원료로 등록한 적이 없다. 오랜 기간 식품원료로 활용돼 왔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식약처의 조치에 JBF가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서자 식약처는 판매중지·회수 조치가 내려진 지 보름 만인 지난 18일 “업체가 제출한 식용 근거와 안전성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칼슘보충용으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판매중지·회수 조치를 철회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식약처가 식품공전에 기재된 채로 20년 넘게 사용해 온 식품원료를 갑자기 통상적으로 먹지 않는 분위라고 판단해 판매중지·회수조치를 내렸다는 점을 지적한다. 판매 중지·회수조치가 잘못 내려질 경우 중소 농업회사법인은 경영 악화, 더 나아가 도산에까지 이를 수 있다.
JBF가 받은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식약처는 위해 요소의 종류나 인체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위해의 정도, 위반행위의 경중 등을 고려하여 1·2·3등급으로 회수등급을 나누고 있다.
판매를 중단하고 15일 내로 제품을 회수하는 1등급 조치는 의약품이나 식품 등이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경우나 즉시 회수해야 하는 가장 심각한 수준일 때에 해당이 된다. 완치 불가능한 중대한 부작용, 사망, 치명적 성분 혼입,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시 오류 등의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일 때 쓸 수 있는 조치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위해식품 등 회수지침‘에 따라 식용으로 부적합한 비가식 부분을 식품원료로 사용한 경우는 1등급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쟁점은 오랜 기간 식품으로 활용된 원료를 어느 날 갑자기 ‘식용으로 부적합한 비가식 부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했다.
하상두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식품원료로 사용됐고 새로 등록된 원료가 아니라는 점, 해석 논란이 있지만 갑오징어뼈는 식품공전에서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식약처가 1등급에 해당하는 판매중지·회수를 내리기 이전에 회사와 충분히 소통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세경 농업회사법인 JBF 대표이사는 “식약처 고시 기준에 따라 정식으로 등록된 원료만을 사용해 왔다. 문제가 된 갑오징어 뼈는 문제없는 식자재가 아니라 23년 이상 검증된 건강하고 안전한 천연 식품원료인데 갑자기 먹지 못하는 원료로 식품을 팔아왔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면서 “식약처가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