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 행정·사법·정치 분야로부터 두루 공격을 받고 있다.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점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와서다. 최근 사모펀드가 투자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점주들 중심으로 본사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도 영향을 줬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사업 운영 관련 자료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공정위는 치킨 프랜차이즈 bhc를 시작으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 본부로 조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어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와 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의 운영 실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hc는 다이닝브랜즈그룹 소속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이 그룹을 가지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사모펀드 우윤·프리미어파트너스가, 투썸플레이스와 버거킹은 각각 칼라일과 어피니티가 가지고 있다.
공정위가 사모펀드 보유 프랜차이즈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사모펀드가 단기에 이익을 얻기 위해 가맹점주를 상대로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소비자 가격을 무분별하게 올리고 있다는 의혹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태생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펀드를 청산해 수익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면 일단 인건비부터 절감해 실적을 좋게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엔 일반 기업과 수익 구조가 달라 점주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프랜차이즈 업종은 일반 점주가 본부로부터 브랜드와 각종 노하우를 배우고, 차액가맹금을 물품별로 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상품과 원·부재료 가격 중 적정 도매가격을 초과하는 금액을 뜻한다. 차액가맹금은 한국식 프랜차이즈 본부의 주요 수입원이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차액가맹금과 관련한 소송전에도 한창이다. 한국피자헛이 차액가맹금과 관련한 소송 2심에서 패소한 이후 순차적으로 점주들이 본사를 향해 소송을 걸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bhc치킨·교촌치킨·굽네치킨·배스킨라빈스·투썸플레이스의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점주들은 차액가맹금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편이다. 김 의원은 조만간 이와 관련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법안 발의를 검토한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한 문제점이 논의될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같은 민생 취약 분야에 대해선 단기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사모펀드의 진출을 규제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행정·사법·정무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지만,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들은 최근 소비자 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기도 하다. 사모펀드 오케스트라PE가 가진 버거 프랜차이즈 KFC가 대표적이다. KFC는 최근 1년 새 가격을 두 차례 올렸다. 지난해 6월 KFC는 오리지널 치킨과 핫크리스피 치킨, 핫크리스피 통다리값을 각각 300원씩 올렸다. 시그니처 메뉴인 징거버거 세트 가격도 100원 올렸다.
당시 KFC는 원·부자재 가격이 올랐고 배달 비용에 대한 부담 탓에 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주요 재료인 닭고기(육계) 시세는 하락했다”면서 “주요 원재료인 닭 시세는 하락하고 있는데 기타 원·부재료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업체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주의”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작년 1~5월 육계(9~10호) 시세는 3771원으로 2023년 평균값(4403원)보다 14.4% 하락했다.
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KFC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KFC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8% 증가한 292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배 증가한 164억원이었다.
KFC는 올해 4월에도 치킨과 버거 등 일부 메뉴 가격을 100~300원씩 인상했다. 작년 6월 이후 10개월 만의 인상이다. KFC는 “원자재 가격과 제반 비용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일부 메뉴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했다. 작년 가격 인상 당시와 같은 설명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3월 케이크와 커피, 음료 등 58종의 가격을 평균 4.9% 올렸다. 이에 따라 투썸플레이스의 ‘스트로베리초코생크림케이크’ 가격은 3만7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5.4% 올랐고, 레귤러 사이즈 커피 제품 23종 가격은 200원씩 올랐다. 투썸플레이스의 지난해 실적은 역대 최고치였다.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201억원, 3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8.3%, 25.2% 수준이다.
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700억원대를 기록했다. 맘스터치도 지난해 10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버거류는 300원, 치킨류는 500원씩 올랐다. 다만 맘스터치 관계자는 “가성비를 강조하는 브랜드인 만큼 올해 가격을 추가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비용 절감 노력을 하지 않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만 할 것이 아니라 원·부자재를 더 좋은 가격에 가져오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