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닐슨코리아, 일러스트=정서희

더위가 성큼 다가오면서 빙그레(005180)롯데웰푸드(280360)의 빙과 시장 1위 싸움이 개막됐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빙그레가 인수하면서 빙과시장 양대 산맥이 만들어진 가운데, 최근엔 빙그레가 롯데웰푸드와의 격차를 조금씩 벌려가면서 빙과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빙그레는 2024년 국내 빙과 시장에서 점유율 42.69%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롯데웰푸드는 39.80%로 2.89%포인트 차이로 뒤를 이었다. 빙그레는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23년에도 빙그레는 2.76%포인트 차이로 롯데웰푸드를 제치고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 1위 기업에 자리했다. 빙그레는 박빙의 경쟁 속에서 시장 점유율 격차를 벌렸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0.17%포인트 차이로 빙그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이래로 2년 연속 1위 자리를 뺏겼다.

하지만 두 회사는 사실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통계기관을 달리하면 동률을 기록하는 때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빙과 제조사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엔 빙그레가 2.8%포인트 차이로 롯데웰푸드를 앞섰지만 2023년엔 동률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모두 시장점유율이 39.8%인 것으로 집계됐었다. 2022년엔 롯데웰푸드가 빙그레를 소폭 앞서 1위를 했다. 빙그레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힌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관에 따라 1·2위가 뒤바뀌는 것은 소매점 기준의 모수 표본이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빙과는 마케팅에 민감한 품목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느 소매점에서 어떻게 공격적으로 판매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면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서 성적이 뒤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수년에 걸쳐 1위 자리를 둘러싸고 빙과시장에서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는 ‘제로’ 영역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설탕 대신 알룰로스 등 대체당을 활용해서 당 걱정 없이 아이스크림을 즐기려는 소비자를 잡겠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해태아이스크림(빙그레)은 ‘탱크보이 배 제로’에 대한 인허가를 받았다. 탱크보이 제로는 기존 탱크보이보다 설탕과 물엿 함유량을 대폭 줄인 상품이다. 대신 알룰로스와 에리스리톨, 수클라로스 등 대체당을 넣었다. 탱크보이는 1997년 출시된 달달하고 시원한 배 맛 슬러시 제형 아이스크림이다.

빙그레는 저당 아이스크림도 출시했다. 아이돌 가수 장원영을 모델로 앞세운 저당 브랜드 ‘딥앤로우’가 대표적이다. 딥앤로우는 ‘맛은 깊게 당은 낮게’라는 슬로건으로 당 함량을 줄이고 아이스크림의 풍부한 맛을 낸 브랜드다. 초코 크런치바와 카라멜 쫀득바 등 제품 6종이 출시됐다. 대체감미료 알룰로스를 넣어 당 함량을 제품 100g당 5g 이하로 낮췄다.

롯데웰푸드도 ‘캐주얼 헬스앤웰니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당 함량을 낮춘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캐주얼 헬스앤웰니스란 기존에 소비자들에게 낯익은 제품에 ‘몸에 더 좋거나 나은 식품’이라는 인식을 넣어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대표 상품은 ‘월드콘 바닐라’와 ‘티코 밀크초코’다. 두 제품은 설탕 대신 대체당을 넣어 당 비중을 평균치보다 최대 85%까지 낮췄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올여름도 폭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는 가운데 빙과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해외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엿본다고 하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수요를 놓칠 수는 없는 구조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잠시 한눈을 팔면 시장 순위가 단숨에 뒤바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