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세실업·세아상역·영원무역 등 국내 패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의 사업 전략에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2일(현지 시각) 베트남산 제품은 미국으로 수출될 때 상호 관세율 46%가 적용된다. 인도네시아산 제품에는 32%, 중국산 제품엔 34%가 적용된다. 방글라데시산 제품에는 37%가 적용된다. 모두 한국에 적용되는 25%보다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남아 일대에 생산설비를 갖춘 패션기업들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율 발표에 따라 대응책을 분주하게 마련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 대부분은 인건비 등의 문제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 기업은 브랜드 패션회사의 주문을 받아 의류를 제작하고 중간 이익(마진)을 취한다. 관세 인상에 따라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결정을 직접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한 내에, 섬세한 기술로, 품질 좋게, 효율적인 가격이 우리의 강점이었는데 관세 피해가 우려된다”며 “가격 협상 여지에 대해 일단 고민하고 그 외의 대응책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에서 의류 봉제품, 원단가공, 의류염색워싱 등 공장 15개를 운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도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 고객사는 미국 주요 유통기업인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와 갭(GAP), 올드네이비(OLD NAVY) 등이다.

세아상역은 자라·망고 등 패션 브랜드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공장 대부분이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 있다. 노스페이스와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의 패션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세실업 직원들이 3D 디자인 기술로 구현한 가상 샘플과 실물 샘플을 피팅하고 있다./한세실업 제공

증권가에서는 이 업체들의 이익 둔화를 전망한다. 패션기업들이 미국 본토에 대안을 마련한 부분도 있지만, 완전하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인 탓이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미국 스포츠 의류기업 ‘테그라’를 인수했고, 한세실업은 미국 섬유 제조 기업 ‘텍솔리니’를 지난해 인수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여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에 따라 주문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세실업 주가는 전날보다 8.54% 하락한 9850원에 장을 마쳤다. 영원무역 주가는 10.83% 내린 4만4050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