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애순이(아이유)’와 ‘관식이(박보검)’를 모르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드라마 장면이 담긴 숏폼(짧은 동영상)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3월 17일부터 일주일간 비영어 TV쇼 가운데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로 꼽혔습니다. 한국적 색채가 강하다는 이유로 글로벌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뒤집혔습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의 글로벌 흥행에 가슴이 설레는 국내 주류회사들이 있습니다. 시대상을 반영하고자 여러 주류가 드라마 속 소품으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자체 제작) PPL(제품간접광고)이 없습니다. 주류 업체 입장에서는 광고비도 따로 내지 않고 홍보 효과를 보는 셈입니다.
포문을 연 주류는 1968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장면에 나오는 소위 ‘다이야 소주(다이아몬드 소주)’입니다. 애순이와 관식이가 사랑의 도피를 했던 날, 여관방 주인이 “부산 인심 직이지예?”라면서 내어준 소주입니다. 다이야 소주는 부산시가 인정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희석식 소주입니다. 부산 소재 주류업체인 대선주조가 만듭니다. 4년 전엔 배우 한예슬을 모델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도 펼쳤습니다.
드라마 속 1993년을 배경으로 가족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금복주 소주가 등장합니다. 금복주는 향토기업입니다. 1957년 대구에서 창업한 삼산물산이 1963년부터 선보였습니다. 금복주가 인기를 끌자 1975년 삼산물산은 아예 회사 이름을 금복주로 바꿨습니다.
지역 주류업계 관계자는 “애향심에 지역 소주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처음처럼’과 ‘참이슬’의 소주 시장 점유율의 80%까지 올라간 상황이라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가 더 반갑다”고 했습니다.
이 드라마에 지역 소주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맥주로는 그 시절 하이트맥주와 오비라거가 14회차에 함께 등장합니다. 배경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입니다.
극 중 오애순과 양관식의 차남인 은명이가 밤마다 찹쌀떡을 파느라 돌아다니는 모습에 은명이의 부인인 부현숙이 속상해하며 맥주를 찾는 장면에서 오비라거가 등장합니다. 장녀인 금명이가 창업을 결심하는 장면에서는 하이트맥주가 나옵니다. IMF로 멀쩡히 다니던 회사에서 나오게 된 금명이가 앞으로 해내야 할 목표로 이직(하기), 김치냉장고(사기) 등을 적다가 창업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맥주가 클로즈업됩니다.
같은 화에서 OB라거와 하이트맥주가 나오는 것을 두고 주류업계에서는 당시 분위기를 십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외환위기는 맥주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3강 체제(OB맥주·하이트맥주·진로쿠어스맥주)를 OB맥주와 하이트맥주 양강 체제로 바꾸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OB맥주가 진로쿠어스맥주를 품에 안자 OB맥주와 하이트맥주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유통업계에서는 폭싹 속았수다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 드라마가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자 드라마에 등장한 치맥(치킨과 맥주)이 인기를 끌면서 급속도로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가 해외 시장을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소주나 맥주도 교민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같은 인기 상품이 또 한 번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