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상품등급)가 좋은 송이버섯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품위는 떨어지고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어 올해 추석 선물세트로 송이버섯은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A 백화점 상품 MD 담당자)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영남 지역을 휩쓴 산불로 송이버섯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상품은 아니라 관심사에서 조금 빗겨나 있지만 당장 5월 가정의 달 선물세트 구색을 맞춰야 하는 상품 MD들에겐 발등의 불이 떨어졌습니다. 송이버섯은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에 인기가 많은 품목입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산불이 나고 처음엔 산지 다변화를 모색하다가 이제는 송이버섯을 제외한 다른 대체품으로 선물을 구성하는 편이 낫겠다는 말이 내부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는 화마로 경북 영덕의 국사봉 일대가 전소된 탓입니다. 경북 영덕은 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입니다. 지난해 경북 영덕에서는 1만2178kg의 송이버섯이 생산됐는데 이 중 60%가 국사봉 일대에서 채취됐습니다. 복수의 백화점 MD에 따르면 1kg당 100만원 정도 하던 송이버섯이 올 가을엔 200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 백화점 MD는 “저 정도로 오르면 단가를 생각했을 때 상품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도 피해 농가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묘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대추나무로 도장을 만드는 일이 유행했던 것처럼 화마에도 살아남은 송이버섯으로 ‘특별 마케팅’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올해 가을 사과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당장 농산물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안도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올 화마의 피해는 가을쯤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북 청송을 비롯한 안동·의성·영주·문경의 사과 생산량은 전국 사과 생산량 46톤 중 62%(28만6099톤)를 차지합니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은 이날 농식품 물가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산불로 사과 재배면적의 3000헥타르(3000만㎡)에 대한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이는 전체 재배면적 3만4000헥타르의 9% 정도”라고 했습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화마에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여름 폭염과 장마, 가을 태풍을 견디고 출하할 수 있는 사과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올 가을엔 사과 대신 다른 과일을 제수용품으로 써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일부 대형마트는 산지 다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품질 좋은 사과를 많이 확보해야 상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문경과 충주, 거창 등으로 거래처를 확대했다”고 했습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해 사항이 파악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피해 신고 면적 중에 불에 탄 직접 피해 면적은 제한적이지만, 열기로 인한 간접 피해 면적이 있어 개화가 이뤄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4월 20일 전후 개화 시기에 따라 올 가을 사과 가격이 결정되는 셈입니다.
배민식 농식품수급안정지원단장은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은 꽃이 만개하기 전 단계다. 가지 끝에서 싹이 막 나오기 시작한 상태”라며 “화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