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기술원 연구원이 큰 수조 안에서 재배되는 육상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풀무원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4월 2일 오후 4시 35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 수온 상승으로 김 양식 환경이 악화하면서 정부와 주요 식품업체들이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에 나섰다. 김 육상양식이 상용화돼 기후 위기, 해양 오염의 영향을 덜 받게 되면 소비자들은 1년 내내 균일한 품질과 가격으로 김을 즐길 수 있게 된다.

◇ 해수부, 이달 김 육상양식 과제 최종 사업자 선정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지속 가능한 우량 김 종자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사업’ 신규 과제를 발표했다. 이달 중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인데, 5년간 총 350억원을 투자해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 연구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육상양식 김 종자 연중 공급 및 대량양성 기술개발’과 ‘김 연중 생산 육상양식 시스템 및 품질관리 기술개발’ 두 가지 과제로 구성된다. 기업 참여가 필수적인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된다.

김 육상양식은 실내에 바다와 유사한 환경 시설을 조성해 김 원료를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주요 식품 기업들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등과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전라남도·해남군과 함께 해수부 사업 참여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전국 김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전라남도와 국내 대표 김 생산지인 해남군, 업계 최초로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CJ제일제당의 기술력이 합쳐져 김 육상양식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김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21년 수조 배양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육상양식 전용 품종을 확보했다.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김은 고온에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물 온도를 낮춰주는 게 필요하다”며 “냉각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CJ제일제당은 고온에서도 잘 자라는 김을 개발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2021년부터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작년 3월 육상 수조식 해수 양식업 허가를 취득해 풀무원기술원의 허가를 받은 파일럿 시설 내에서 육상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새만금개발청,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어업인 단체, 공주대, 포항공대 등 11개 기관과 ‘새만금 글로벌 김 육상 양식 사업 성공을 위한 민·관·학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육상 김 사업용 용지를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다.

동원F&B는 작년 10월 제주 용암 해수를 활용한 스마트 육상양식 기술 개발을 위해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MOU를 맺었다. 동원F&B는 김 양식에 최적 온도인 15도 내외 해수온을 지닌 제주도 지역과 협업하는 셈이다. 동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초 감별사’를 운영하며, 김 포자 살포부터 수확까지 원초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대상도 2023년부터 전남 고흥군, 하나수산과 협력해 친환경 김 육상 양식 기반 구축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차 시범 양식에 성공했고, 내달 2차 시범 양식 시설을 준공한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김. /뉴스1

◇ 한국 해역 표층 수온, 55년간 1.36℃ 상승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55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36℃ 상승했다. 이로 인해 김 양식에 적합한 수온 범위인 5∼15℃를 유지하는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김 가격도 변동 폭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마른김 가격은 10장당 1400원으로 전년 대비 26%, 평년 대비 49% 상승했다. 물김은 과잉 생산으로 가격 폭락과 폐기 사태까지 겪었으나 최근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김을 육상에서 양식하면 공급량, 온도 조절 등 환경을 통제하기에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육상양식은 환경 조건을 정확하게 제어해 최적의 성장률을 보장하고 질병과 오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더 높은 품질의 해초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육상양식이 상용화되면 글로벌 시장 수요 증가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25.8% 증가한 9억9700만달러(1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국회에선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김 산업의 정의에 김 종자의 배양과 생산을 명시하고, 정부의 기본계획에 종자 지원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김 양식 품질 향상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과 보급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육상양식은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 고품질 김 생산 등의 관점에서 중요한 기술로 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다른 해조류를 육상양식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