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 서울 3월 셋째 주 금요일 저녁 예약권 양도합니다. 2인 기준 100만원에 네고 가능.”

최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당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자주 올라오는 글이다. ‘모수’는 2023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서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모수를 이끄는 안성재 셰프는 예능 ‘흑백요리사’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다. 그는 외식문화 절정에 있던 모수를 지난해 별안간 닫고 재단장에 나섰다.

모수는 이달 재단장을 마치고 영업을 재개했다. 안성재 셰프의 높은 인기를 증명하듯 이달 8일 예약이 열리자 마자 하루 만에 6월 말까지 3개월치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6월까지 각 날짜에 ‘빈자리 알림’을 신청한 대기자만 9000명에 달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 선정 스타 레스토랑 발표 및 시상식'에서 별 3개를 받은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안 셰프는 재개장과 함께 모수 서울 디너 가격을 1인당 32만원에서 42만원으로 30% 이상 올렸다. 일부 스시 오마카세를 제외하면 국내 파인다이닝 디너 가운데 최고가다. 올해 미쉐린가이드 서울편 별 세개를 받은 밍글스(35만원)보다도 20% 이상 높다.

12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모수나 밍글스 같은 인기 레스토랑 예약권을 허위로 판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특정 날짜에 예약을 했다고 속이고, 허위로 제작한 예약 확인 화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실제 식사 가격보다 몇 배 비싼 금액을 챙기는 수법을 쓴다.

“예약 안 됐는데 120만원 날렸어요”... 대기자 9000명 몰리는 ‘별 맛집’

모수의 실제 저녁 코스 요리 가격은 2인 기준 약 84만원이다. 그러나 정가로 구하긴 어렵다. 판매자들은 본인 예약권에 프리미엄을 최소 50%에서 2배까지 붙여 게시물을 올린다.

이들은 연락을 하면 “주말 자리는 인기가 많아서 2장에 150만원 주고 사겠다는 사람도 있다”는 식으로 조바심을 자극한다. 다른 판매자는 “당신을 믿을 수 없으니 예약금 50만원을 먼저 보내면, 당일 현장에서 만나 예약을 인계해 주겠다”며 접근하기도 한다.

그래픽=정서희

파인다이닝은 식자재·인테리어·인건비 등이 높아 수익성이 낮은 사업 모델이다. 높은 식사 가격에도 적자를 보기 일쑤다. 식품업계 맏형에 해당하는 CJ제일제당(097950)조차 지난해까지 모수에 수십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별다른 수익을 보지 못하고 결국 결별했다.

CJ제일제당은 모수와 결별 후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쉐린 3스타 ‘베누’ 총주방장이었던 조승현 셰프와 손잡고 서울 강남에 레스토랑 산(SAN)을 새로 열었다. 그러나 산은 올해 미쉐린가이드 서울편에서 수상에 실패했다. 현재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식당 중 올해 미쉐린가이드에서 스타를 받은 곳은 소설한남(1스타)이 유일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모수는 안성재 셰프 개인과의 계약이라, 공식적인 CJ제일제당 사업은 아니었다”며 “산은 운영한 지 1년이 채 안 돼서 미쉐린가이드 서울 올해 평가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약권이 비공식적으로 고가에 거래되는 파인다이닝은 모수 서울이나 밍글스처럼 미쉐린가이드 3스타 자리를 차지했거나, 차지했던 곳 뿐이다. 외식업계에서는 국내 최대 식품 대기업조차 고전하는 구조적 특성에도 일부 파인다이닝만 유별난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가 “인기 셰프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목적 추종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소형 데이비드앤컴퍼니 컨설턴트는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비싸도 무조건 가야 한다는 인증샷 문화가 사기꾼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남들이 간다고 휩쓸려 가기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본인 취향과 경험을 쌓는 진정한 미식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 전 레스토랑에 해당 예약 확인부터”

법조계에 따르면 예약권 사기 행위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자동 프로그램(매크로)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예약을 선점했다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으로 추가 처벌될 수 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관할 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신고하거나,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밍글스 강민구 셰프가 참여한 반얀트리서울 레스토랑 '페스타 바이 민구'./반얀트리서울 제공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고의로 허위 정보를 제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명백한 사기 행위”라며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해당 게시물과 대화 내용, 전화번호 같은 증거자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레스토랑 공식 웹사이트나 공식 예약 앱을 통해서만 예약하고, SNS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예약권 구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의심스러운 경우, 레스토랑에 직접 연락해 해당 예약건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외식업계 법률 전문가는 “일부 유명 레스토랑들은 소송 가능성에 대비해 예약 약관에 ‘양도 금지’ 혹은 ‘무단 양도 시 법적 대응’ 문구를 명시적으로 추가하고 있다”며 “예약권 양도 관련 피해가 들어오면 레스토랑이 소비자와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는 사례도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