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의 대표 제품 ‘백세주’가 지난해 전면 리브랜딩을 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변신이었지만, 전통적인 이미지를 급격히 바꾸면서 기존 고객들이 당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백세주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백 년 동안 잘 살겠다’는 의미의 상견례 필수품으로 통했었는데요, 백세주의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작년 9월 리브랜딩한 국순당 백세주의 갈색병. /백세주 홈페이지 캡처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해 9월 ‘백세주, 백 년을 잇는 향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제품 맛과 디자인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입니다. 국순당이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한 것은 젊은 층 공략을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이번에 바뀐 맛은 백세주 특유의 약재 맛을 줄이고 은은한 향을 강조했습니다. 회사 측은 “과거와 현대를 거쳐 향후 백 년을 이어갈 맛과 디자인을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MZ세대를 공략한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순당은 백세주 앰배서더로 밴드 잔나비의 최정훈을 발탁한 뒤, 최정훈이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의 하루를 따라가는 모습을 광고 영상으로 담아냈습니다. 어른이 된 청춘들의 삶을 응원하고 위로한다는 내용을 담아낸 것이죠. 광고 영상이 공개된 후 ’90년대생을 노린 광고' 등의 호평이 나왔습니다.

백세주가 이 같은 시도를 감행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선 실적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국순당의 작년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525억7300만원으로 전년 동기(537억900만원) 대비 2.11% 감소했습니다. 작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4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49억9100만원) 대비 70.7% 급감했습니다.

영업이익 감소에는 국순당 리브랜딩 비용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전통주 시장의 급격한 트렌드 변화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전통주 시장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혼술’ 문화 확산,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술 문화 공유 등이 주류 업계의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전통주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진 양조장들이 감각적인 디자인과 부드러운 맛으로 시장을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며 “기존 백세주가 가진 ‘격식 있는 자리에서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로는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존의 중장년층 중심 소비자 기반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순당 백세주 디자인 변천 모습. /국순당 제공

개선된 백세주는 특유의 약재 맛을 줄이며 MZ세대를 사로잡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술의 감미와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도록 재료 배합을 조정하고, 음식과 조화를 고려해 맛을 개선했다는 것입니다.

호불호가 나뉘고 있는 부분은 맛보다는 디자인 쪽입니다. 국순당은 백세주의 기존의 투명한 병을 버리고 전통 항아리와 자연의 흙을 모티브로 한 갈색 병을 도입했습니다. 라벨 전면에는 백세주의 한자 ‘백(百)’을 수묵화 기법으로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국순당은 “백세주가 쌓아온 시간을 표현하고 향후 백 년을 잇는 의미를 담았다”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이미지를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합니다.

아쉬움을 표현하는 소비자들은 “기존 백세주는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는데 예전 모습을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특히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최근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100세까지 행복하게 살겠다’는 의미를 담아 양가 어른들께 백세주를 선물하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겠다”,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등의 메시지를 적은 새 라벨을 부착해 선물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수요에 맞춰 맞춤형 라벨을 제작하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짙은 갈색으로 바뀐 새 디자인에 당황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참기름병 같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세주의 새 디자인은 지난해 코리안디자인어워드에서 위너 수상작으로 선정됐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어색한가 봅니다. 특히 백세주가 겨냥했던 젊은 층이 새 디자인에 어색함을 느낀다는 점이 뼈아픈 부분입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을 전면적으로 바꿀 때는 새로운 디자인을 한정판으로 먼저 출시해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순당이 너무 급격하게 변화를 시도한 것은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아울러 국순당은 리브랜딩을 하면서 백세주 가격을 4600원에서 5100원으로 9% 올렸습니다. 맛과 디자인, 가격까지 바뀐 백세주가 악화한 실적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