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군대간 우리 아들, 설 연휴에 밥은 잘 먹고 있으려나…’

이런 걱정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 장병들의 급식의 질(質)을 개선하기 위해 군 급식 시장을 속속 민간 위탁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 선두주자였던 풀무원과 동원홈푸드 외에도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더본코리아가 속속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32보병사단의 급식 민간위탁 공고가 대표적입니다. 경쟁 끝에 이 곳은 결국 풀무원이 사업을 따냈습니다. 단가 5000원에 조·중·석식을 모두 운용하고 매끼 3000kcal 이상, 전시에는 3500kcal이상 섭취 가능 식단을 뷔페식으로 구성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급식업체들은 다음 번 입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웅성웅성 말도 많습니다.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고 나면 수익을 남기기 쉽지 않은 걸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건비 문제가 특히 걸립니다. 현재 군 급식 식단가는 민간 단체급식과 달리 인건비 비중이 사실상 전혀 없는 순수 식재료비입니다. 지금까지 군에서는 의무복무 조리병을 활용해왔습니다. 인건비가 따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또 같은 식수인원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군 급식은 민간 단체급식보다 약 40% 이상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365일 하루 세 끼 급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을 하려면 고용 인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군 급식 공고 조건 중에서 식재료비 비율이 식단가의 70~80%여야 한다는 조건도 급식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이 기준을 준수하면서 친환경·국산 식재료 사용 비중은 90% 이상으로 준수해야 하고 뷔페식으로 꾸리라는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급식업체 관계자는 “이런 조건은 민간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준”이라면서 “식단가 5000원으로 이 조건을 모두 준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최근 민간 기업의 식단가는 6000~9000원 수준입니다.

군 장병의 식사량은 또 많은 편입니다. 민간 위탁으로 전환된 업장을 통해 쌓인 데이터에 따르면 20대 군장병의 식사량은 민간 기업 성인의 식사량 대비 50%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급식업체들은 군 당국이 ‘군 급식 질 개선’이라는 목표에 걸맞는 조건을 내걸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을 때 생기는 일로 세종정부종합청사 구내식당 이야기를 곧잘 꺼내고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고 비현실적인 가격인 식단가 4000원으로 책정을 하다보니 급식업체가 품질 조절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식사 품질이 떨어져 이용객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5000원 정도의 단가로 양질의 급식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동상이몽이 있다면 다년 계약을 체결하기보단 6개월에서 1년 단위의 테스트 운영 기간을 거치고 계약 조건을 최종 조율하는 수준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단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급식업체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쉬쉬하면서 뒤로만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입찰을 해야하는 입장이라 대놓고 불만을 말했다간 미움을 살까봐서입니다.

“새로 열린 시장이라 눈 딱 감고 포기하긴 어렵고 이대로는 수익 내기도 어려워서 고민입니다. 양질의 군 급식을 위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보는 게 어떨까요?” 급식업체들이 국방부에게 조용히 건네는 마음의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