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들의 매각이 일단락된 가운데, 글로벌 본사의 영업 자율권 제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포기한 동원그룹, KFC 매각에 성공한 KG그룹이 해당 문제를 놓고 글로벌 본사와 갈등을 벌이면서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한국맥도날드 인수 추진 불발에는 맥도날드 글로벌 본사의 ‘영업 자율권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신규 인수자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고 수년째 이어진 한국맥도날드의 영업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율권을 갖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동원측 판단이다.
하지만 글로벌 본사에서 매장 운영과 판매 메뉴 관리 등 모든 분야를 관리하고 있어 수천억원을 들여 인수하더라도 기존의 운영 방식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점이 인수 포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동원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내에 한국맥도날드 인수 반대 측 목소리는 대부분 영업 자율권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그룹이 영위하는 사업과 시너지가 발생하려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메뉴 하나 늘리는 것도 글로벌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라 그 부분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원매자가 원하는 가격과 인수 희망 가격의 차이보다 그 점이 주된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 맥도날드의 좋지 않은 재무 건전성도 신규인수자가 자율권을 갖고 경영을 해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속적인 적자를 보고 있는데, 신규 인수자도 글로벌 본사가 이어오던 기존 사업 방침에 맞춰 영업을 해야 한다면 적자를 안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2021년 86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278억원, 당기순손실은 349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도 매출 7910억원, 영업손실 484억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맥도날드는 매년 글로벌 본사에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한국맥도날드가 글로벌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 등의 지급수수료 지출은 2021년 440억원, 2020년 396억원, 2019년 363억원이었다.
한국맥도날드는 글로벌 본사에 순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며, 신규 출점 점포당 약 6500만원의 기술료도 내야 한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에도 매각을 추진했다 불발된 경험이 있다. 당시 CJ(001040)그룹, KG그룹, NHN엔터테인먼트, 매일유업(267980)·칼라일 컨소시엄 등이 참여했지만,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한 업체 관계자는 “그때도 한국맥도날드는 흑자를 내는 기업은 아니었다”라며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브랜드 관리, 유통 노하우 등을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글로벌 본사에서 강제하는 영업방식에 따라야만 한다면 맥도날드 가격이 그렇게까지 높을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물론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자율권 제한이 필요하지만, 스타벅스가 신세계(004170)에 많은 부분을 맡겨둔 것과는 달리 맥도날드는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글로벌 본사의 허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인수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2016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기업들이 상당수다. 결국 메리트가 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이번 동원산업(006040)의 인수 포기와 관련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 물색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KFC코리아 매각에 성공한 KG그룹도 자율영업권 제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7일 “KFC 글로벌 본사와 계약 해석상의 이견으로 다툼이 있었던 데다, 국내 영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글로벌 운영 정책 때문”이라고 매각 배경을 밝혔다.
KG그룹은 2017년 CVC캐피탈로부터 KFC코리아를 약 5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글로벌 본사와 운영상의 이견으로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당시 60여개에 불과했던 배달 매장을 확대하기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배달대행 업체와도 협력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글로벌 본사의 반대로 오랜 기간 협상을 거친 뒤에야 가능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닭을 활용한 한식 메뉴를 갖추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글로벌 본사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은 KFC코리아 인수 이후 실적 개선에도 성공했지만 이 같은 운영상의 이유로 인해 매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KG그룹이 KFC코리아를 인수한 첫해인 2017년, KFC코리아는 1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2년엔 61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KG그룹 관계자는 “영업실적을 꾸준히 개선해왔고, 코로나19도 사실상 종식돼 KFC를 더 운영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글로벌 본사의 제약이 많아 운영이 더는 어렵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