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004370)이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의 메뉴 투움바 파스타를 본뜬 ‘툼라면’ 등의 상표를 출원했다.

삼양식품(003230)의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한 볶음면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달리, 농심의 볶음면 제품인 ‘신라면 볶음면’이 부진한 성적표를 거둔 가운데 새로운 볶음면 출시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농심이 2013년 안성탕면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소비자 레시피 베스트 10'으로 선정한 투움바 안성탕면의 조리예. /농심 제공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말 ‘툼라면’을 비롯해 ‘툼바 신라면’, ‘툼구리’, ‘툼바구리’ 등에 대한 상표 등록을 완료했다.

해당 상표들은 소비자들이 ‘신라면’, ‘너구리’ 등의 제품을 활용해 투움바 파스타와 유사한 맛이 나게 만들면서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명칭들이다.

이들 모두 제품의 기존 조리 방법을 따르지 않고 우유나 치즈를 넣어 볶음면 형태로 변형한 조리법이 사용됐다. 해당 조리 방법은 알려진 지 10년 이상 된 방법들로, 농심은 2013년 8월 ‘안성탕면’의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해당 조리법을 통해 조리한 안성탕면을 ‘소비자 레시피 베스트 10′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당 조리법을 활용한 요리 영상들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 요리 유튜버가 2021년 3월 올린 신라면을 활용해 ‘투움바 라면’을 만드는 영상은 1542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농심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조리법과 관련한 상표를 출원한 것과 관련해 ‘신라면 볶음면’의 부진으로 후속 볶음면 제품 출시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 7월 출시된 신라면 볶음면은 신동원 농심 회장 취임 이후 나온 첫 신제품이다. 농심의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을 달고 출시한 데다 ‘신동원호(號)’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마케팅과 홍보 예산을 집중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라면 볶음면이 농심의 볶음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신라면 볶음면은 출시 이후 3주 만에 1000만개가 팔리며 화제가 됐지만, 1년 동안 국내에서 3000만개 팔리는 데 그쳤다. 농심의 자사몰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개당 판매가격이 비슷한 ‘짜파게티’의 출고가격이 개당 863.5원인 점을 감안하면, 259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신라면 볶음면이 경쟁 제품으로 삼았던 불닭볶음면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약 1.6억개가 팔렸고, 1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에는 국내에서 1.4억개가 팔려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볶음면 시장 자체가 불닭볶음면 이전에는 개념조차 없던 것이라 한창 커지는 상황”이라며 “농심 역시 신라면 볶음면 외엔 별다른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제품 흥행에 실패한 상황이라 상표까지 출원했다면 신제품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농심 관계자는 상표권 등록과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오랜 기간 인기를 끌어온 레시피인 ‘투움바 신라면’에 대해 상표권 등록만 해둔 것”이라면서 “당장 출시 계획이 잡혀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왼쪽)과 농심의 신라면 볶음면.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