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협동조합의 올해 임금 협상이 3차까지 진행됐지만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우유 사측은 처음에는 임금 동결을 제시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추가적으로 진행된 협상에서 1%대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직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직원들은 “서울우유는 조합원(낙농가), 경영진은 배불리고 직원들만 착취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5% 이상이고, 내년은 3%대인 고물가 시대에 동결, 또는 1%대 임금 인상은 사실상의 급여 삭감이라는 것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 노사는 지난주 3차 임금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다. 사측은 급여를 1.7% 인상해주고 경영 성과가 나면 보너스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급여 5.5% 인상안을 요구했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서울우유의 임금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진행됐던 1차 협상 때는 서울우유는 직원들에게 내년 임금을 동결하고, 소액의 경영성과위로금을 주겠다고 했다.
이번 임금 협상으로 서울우유 직원들은 사기가 크게 꺾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금 협상이라는 게 본래 노사 입장 차가 클 수밖에 없지만, 임직원 홀대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조합원과 경영진에는 후하고, 직원들에게는 박한 근무 환경이라며 불만이 쏟아지는 것이다.
서울우유 노조는 지난 25일 쟁의 찬성, 반대 여부를 투표에 부쳤는데, 찬성 여론이 더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우유 한 관계자는 “임금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위원장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서 회사가 매우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한 서울우유 직원은 “서울우유는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경영안정자금을 조합원에게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며 “조합은 서울우유에서 인건비가 제일 싸다는 임원들의 이야기가 직원들의 열의를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아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맨날 위기라면서 임원들, 이사들은 아무 대책없이 직원들에게 대책을 내라고 하고, 그렇게 대책을 내서 조합을 살려놓아도 직원들에게는 참고 견디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8월 대의원총회를 열고 최근 2년간 사료가격 급등에 따른 낙농가 수익 감소와 이에 따른 1500여 조합원 목장의 경영 불안정을 해소시킨다며 월 30억원의 목장경영안정 자금을 지급했다.
2022년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시도에 낙농가가 크게 반발하면서 낙농진흥회 원유 기본가격이 인상되지 않아, 서울우유가 낙농진흥회와 별개로 낙농가를 지원한 것이다.
서울우유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높아 신사업 투자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보수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 중요한 결정은 조합원들, 즉 낙농가의 투표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공 외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서울우유는 1937년 낙농인 21명이 모여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회사다. 농협중앙회 산하의 품목축협에 속해 있다. 주식회사가 이윤을 추구한다면, 협동조합의 목적은 조합원 실익 증진이다. 1인 1표로 조합원끼리만 혜택을 보면서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