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외국인 거주 비율이 낮기로 유명한 버몬트주에서도 현지인들이 핫소스를 활용한 절임채소에 김치라는 이름을 붙여 건강식으로 섭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김치에 대한 관심이 실제 수출 증대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무실에서 만난 심화섭 미주지역본부장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후 김치 수출액이 10배 증가했으며 한류 덕분에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밝다고 내다봤다.
김치를 비롯한 K푸드에 대한 관심은 지난 6월 개최된 미국 최대 식품 박람회 ‘2022 썸머 팬시 푸드 쇼(summer fancy food show)’에서도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된 현장 행사에 한국 업체 46개가 참여했고 스낵류와 음료, 소스류 30만달러(4억원)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
심 본부장은 “한국 식품에 대해 ‘맛있다·건강에 좋다·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가 미국 사회에 각인이 됐다”며 “주 소비층인 아시아계에는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도 구축 돼 있어 중국계 미국인들은 현지에 중국 마트가 많은데도 한국 마트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aT는 한국산 농산물에 대한 현지 바이어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식 쌈, BBQ 문화를 전파하는 홍보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겹살과 마늘·버섯·김치 등을 함께 구워 상추, 깻잎 등 다양한 쌈채소에 싸 먹는 문화를 널리 알리면 한국산 식재료 전반에 대한 소비 증대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심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K푸드에 대한 미국 현지 시장의 반응은.
“지난 6월에 뉴욕에서 열린 썸머 팬시 푸드 쇼에서 떡볶이 같은 쌀 가공품, 스낵류에 대한 현지 바이어들의 관심이 컸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최근 몇년 사이 긍정적으로 변해 이른바 K프리미엄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프라이팬에 한국산이라고 써 붙이면 잘 팔린다는 것이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은.
“코로나로 인해 재택이 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미국 직장인들이 새로운 음식을 찾다가 한국 음식에 처음 입문한 사례가 많다.
여전히 맨해튼은 사무실 복귀율이 50%가 안된다. 이런 재택 상황이 한국 식품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K무비, 드라마가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상승 작용을 했다.”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 소비도 늘었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 많이 소비하는 음식 중에 양배추를 절인 독일식 김치인 사워크라우트(sauerkraut)가 있는데 김치도 그런 절임채소류의 하나로 인식해 관련 제품을 이전보다 다양하게 소비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김치 수출액은 2011년 280만달러(37억원)에서 작년 2800만달러(370억원)로 10배 증가했다.”
김치를 비롯한 한국산 농수산물 수출 증가는 한미FTA의 영향이 컸을 것 같다.
“FTA 발효 이후 시장 진출 기회가 넓어지고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많은 수출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노크를 했다. FTA가 발효되기 전인 2002~2011년 한국산 농수산식품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9.4%였는데 2012~2021년 12.1%로 확대됐다.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7.8%에서 작년 14.6%까지 확대된 것도 FTA 체결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다.”
한국 신선 농산물 중에 미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품목은.
“배다. 신고 배가 현재 아시안 마켓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는데 올해 연말부터 현지 유통채널인 샵라이트(shoprite)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미국 배가 무를 씹는 듯한 느낌이라면 한국 배는 아삭아삭하고 단 맛이 강하다. 일단 시식을 해본 사람들은 구매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 배 수출액은 작년 기준 3090만달러(405억원)로 전체 배 수출액의 43%다.)
농산물 수출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한미 간 물리적인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신선 농산물은 운송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류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과 과채류 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컨테이너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미국 현지 과채류와 차별점을 강조하는 고급화 마케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산 딸기는 미국산보다 훨씬 단맛이 강하다. 미국인들은 보통 달지 않은 딸기를 연유에 찍어 먹어 본연의 맛을 모를 수 있다.
채소류는 한국식 BBQ 문화를 홍보해 식재료 소비를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고기를 좋아하는데 야채 섭취는 부족하다. 삼겹살과 마늘, 버섯, 김치를 함께 구워 상추, 깻잎에 같이 싸먹으면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제작지원: 2022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