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향에서 민트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술의 특징이 바로 느껴진다. 뒤이어 새콤한 향과 단향이 느껴지면서 요구르트 향이 함께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신맛과 단맛이 강하면서도 조화롭다.”(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
“칵테일 모히토를 재해석해 민트를 넣어 만든 막걸리라는 컨셉에 충실한 맛과 향이다. 목 넘김 후의 입안에 민트향과 더불어 신맛이 감돌아 개운한 후미를 남긴다.”(발효곳간 담 안담윤 원장)
서울 연희동의 소규모양조장 ‘같이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 ‘연희민트’에 대한 전통주 전문가들의 시음 평가다.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같이양조장은 다양한 맛의 실험적인 우리술을 빚는 양조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통주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꽤 ‘핫한 양조장’으로 통한다. 고문헌에 근거한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되,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술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특산주 면허가 아닌 소규모 양조장 면허라,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없는데도, MZ세대들의 구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이양조장의 가장 잘 나가는 막걸리 연희민트를 먼저 보자. 연희민트는 칵테일 모히또를 재해석한 술로, 애플민트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막걸리다. 막걸리 특유의 시큼함 대신, 부재료인 민트와 쌀향에서 비롯된 새콤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연희민트는 쌀알이 동동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동동주(부의주) 제조법을 기반으로 막걸리를 빚은 뒤 제성 단계(발효가 끝난 막걸리에서 술지게미를 거르는 과정)에서 건조 민트를 넣어, 1주일 정도 침출시켜 만든다.
부재료인 민트를 그대로 술 이름으로 정해, 연희민트다. 민트 앞에서 연희를 넣은 것은 같이양조장이 연희동에 있기 때문이다. 연희는 ‘복이 퍼지는 동네’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화교거리, 다문화, 연희창작문학촌, 홍제천 봄꽃길, 소문난 카페거리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곳이다. 연희동은 소문난 중식당, 한식당, 또 카페가 얼마나 많은 곳인가? 같이양조장의 연희시리즈 막걸리는 이런 스토리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같이양조장 술들은 모두 ‘연희’라는 이름으로 시작한다. 민트를 넣은 연희민트(알코올도수 9도)부터, 유자를 넣은 연희유자(10도), 멜론이 들어간 연희멜론(10도), 연희매화(12도), 연희팔각(11도), 연희홍차(12도) 등 6종의 막걸리 모두 이름 앞자가 연희다. ‘연희 플러스 부재료(민트, 유자 등등)’ 공식대로 이름을 지었다.
연희시리즈 막걸리를 개발한 같이양조장 최우택 대표는 전통주 양조에 관한 한 ‘재야의 숨은 고수’다. 한국전통주연구소를 비롯해 여러 전통주 교육기관의 양조 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원에서 양조학 석사까지 이수했다. 이후, 서울 서촌에서 전통주 양조공방인 서로서로공방을 5년 동안 운영하면서 양조 내공을 쌓아왔다. 연희동에 같이양조장을 차린 것은 2020년 11월. 연희시리즈 막걸리를 내놓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연희 시리즈는 수요가 생산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누려, 올 초에 연희양조장 인근 합정에 제2양조장까지 차렸다.
연희 시리즈 막걸리의 정체성은 ‘가향주’다. 술에 독특한 향을 주기 위해 꽃이나 식물의 잎 등을 넣어서 빚은 약주류를 가향주라 한다. 연희 막걸리들은 민트, 유자, 멜론, 팔각 등의 부재료로 독특한 향을 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향주는 충남 당진의 면천두견주로 알려져 있다. 봄꽃인 진달래(두견화)를 넣어 빚은 약주로서,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도 쓰인 술이다.
같이양조장이 만든 가향주 연희민트의 경우, 베이스가 되는 술은 쌀로 빚은 막걸리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단양주-부의주’기법으로 빚은 막걸리다. 단양주는 한번의 담금으로 술 발효를 끝낸 술을 말하는 것으로, 밑술 한번에 덧술 한번을 더하면 이양주, 덧술을 두번 하면 삼양주라고 한다. 부의주는 ‘술 표면에 밥알이 동동 뜬다’고 해서 동동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술 제조법이다. 부의주는 한번의 담금으로 술을 완성하는 단양주로 빚는 술이다. 연희민트는 바로 그 술 ‘단양주-부의주’ 기법을 기반으로 막걸리를 만든 뒤에 건조 민트를 넣어 완성시킨 술이다.
그런데, 6종의 연희 시리즈 막걸리들은 베이스 막걸리들이 다 다르다. 연희유자는 전통주 ‘호산춘’ 기법으로 막걸리를 빚은 뒤 유자를 넣었다. 호산춘은 기원이 고려시대로, 술을 빚을 때 쌀보다 물 양을 적게 넣어 단맛과 알코올 도수를 높인 술이다. 현재는 문경 호산춘, 여산(익산) 호산춘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연희시리즈 막걸리 베이스 막걸리들은 모두 제조기법이 다르다. 연희멜론은 삼양주(밑술에 두번 덧술을 한 술), 연희매화는 석탄주(밑술을 죽으로 한 술로서, 너무 맛있어 삼키기 아까운 술로 알려져 있는 약주), 연희팔각은 진양주(전남 해남군 덕정마을에서 전승되는 가양주), 연희홍차는 하향주(술에서 연꽃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같은 막걸리에 각기 부재료만 달리 넣어도, 얼마든지 맛이나 향을 다르게 할 수 있다. 또, 그렇게 부재료만 조금씩 다르게 해서 내놓은 술들이 시중에 넘쳐난다. 그런데, 같이양조장은 달랐다. 각기 다른 부재료는 당연하고, 베이스가 되는 6종 막걸리 모두 따로 만든 양조장 대표의 정성과 내공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이양조장 술들의 또다른 특징은 6종의 막걸리들을 모두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가령, 민트를 넣은 연희민트는 칵테일 모히또를 표현한 술이다. 새콤달콤한 칵테일처럼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희유자는 또 어떤가? 유자의 시트러스하고 쌉쌀한 맛을 살려, 홉향이 강한 IPA맥주를 표현한 게 연희유자다. 그래서 양고기, 훈연 닭고기처럼 기름지거나 비린 음식과 잘 어울린다. 연희유자를 맛봤다. 한모금을 들이키니, 유자향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유자 덩어리가 입안에 가득차는 느낌을 받았다. 열대과일향이 진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여운이 이어졌다. 최우택 대표는 연희유자의 바디감을 1(가볍다)로 봤지만, 입 안에서 느끼는 연희유자는 제법 묵직했다.
낮은 산도와 멜론의 진득한 단맛이 특징인 연희멜론은 멜론 리큐어(멜론을 넣은 알코올 도수 22~23도의 리큐어)처럼 탄산수, 혹은 토닉워터를 넣어 마셔도 좋다고 한다. 말린 매화꽃을 넣은 연희매화는 벨기에의 자연효모를 사용한 장기발효 맥주 ‘람빅’을 표현한 술이다.
연희팔각은 또 어떤가? 팔각은 중국요리에 흔히 쓰이는 향신료다. 연희팔각은 그리스 지중해 지역의 술 ‘우조’를 연상시키는 술로, 냉채족발, 가지 튀김, 마라샹궈 등 중식과 궁합이 맞다. 알코올 도수가 12도로 가장 높은, 연희홍차는 밀크티 느낌을 살린 술로서, 은은한 산미와 홍차향이 난다. 마카롱, 케이크, 곶감치즈말이 같은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는 게 양조장측의 설명이다.
연희양조장에 이어 새롭게 문을 연 합정동 양조장을 최근 방문했다. 같이양조장의 제1 양조장은 연희양조장, 제2 양조장은 합정에 있다. 연희양조장과는 차로 10분 거리다. 최우택 대표는 “연희 시리즈 수요가 양조장 생산량을 넘어서서, 제2양조장을 따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6종의 연희 시리즈 막걸리는 연희동과 합정동 양조장 두 곳에서 만들고 있다. 연희동 양조장 한곳에서 만들 때보다 생산량이 4~5배 정도 많아졌다.
같이양조장 합정점은 5층 단독건물이다. 1층이 전통주 판매업장 및 바(bar)로 운영되고 있다. 2층은 양조장 연구소와, 술빚기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3층은 사무실, 4층이 양조장이다. 그리고 5층은 한식 다이닝 공간으로 만들어, 신제품 출시 및 바이어 상담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옥상 루프탑에선 서울 시내를 조망하며 야외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2020년에 문을 연 같이양조장 연희점(연희양조장)은 6종의 연희시리즈 막걸리를 개발한 곳이고, 올 초에 새로 문을 연 합정점(합정양조장)은 연말부터 시차를 두고 6종의 합정시리즈 약주를 내놓을 작정이라는 게 최우택 대표의 설명이다.
-개발 중인 약주는 어떤 스타일의 술인가?
“부재료로 차별화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연희시리즈 막걸리처럼, 합정시리즈 약주 역시 세상에 없던, 개성있는 약주가 될 것이다. 연희시리즈 막걸리처럼 합정시리즈 약주 역시 각기 다른 부재료가 들어가는 가향주 스타일로 만든다. 6종의 연희시리즈 막걸리는 부재료만 보면, 민트, 멜론, 유자, 팔각, 매화, 홍차 등 6색을 띠고 있다. 새로 개발할 약주 역시 개성있는 부재료를 활용해, 6종의 약주를 선보일 작정이다.”
-같이양조장 이름을 크게 알린 연희시리즈 막걸리에 이어 약주 시리즈를 내놓는 의미는 어디에 있나?
“유통채널이 다양해질 것을 기대한다. 우리 양조장 술을 취급하는 업소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약주와 탁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통기한이다. 탁주는 살균막걸리가 아니라면 길어야 2~3개월이 유통기한인데 반해, 약주는 비살균 제품도 길게는 유통기한이 1년까지 늘어난다. 탁주는 유통기한이 짧아서 폐기할 확률이 높다 보니까, 탁주라는 이유로 취급을 거절한 식당, 주점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약주는 유통기한이 세배에서 여섯배까지 길기 때문에, 취급 업장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탁주는 전통주점, 막걸리 전문점에서 주로 취급했다면, 약주는 특색있는 부재료를 넣어서, 막걸리 제품으로는 못들어갔던 이자카야, 카페, 와인레스토랑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맨 먼저 나올 약주는?
“가장 먼저 나올 약주는 ‘합정망고’ 약주다. 망고를 부재료로 사용한 약주다. 주재료는 당연 쌀이다. 이자카야 가면 생맥주도 많이 먹지만, 젊은층은 하이볼도 많이 마신다.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일본에서 들어오는 리큐르에다 얼음과 탄산수를 넣어서 하이볼 형태를 만들어 내놓는다. 같이양조장 근처, 망원과 합정 이자카야에서는 특히 그렇다.
합정망고 약주는 이자카야의 하이볼 시장을 노리고 만든 제품이다. 리큐르에 탄산을 탄 이자카야 하이볼과 알코올 도수도 큰 차이가 없다. 하이볼을 즐기는 젊은층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 합정망고다.
-두번째, 세번째 약주도 개발이 끝났나?
“두번째 합정시리즈 제품은 합정커피 약주다. 합정커피 약주 타겟은 당연히 카페다. 합정쪽에는 술과 음식을 파는 카페가 많다. 그래서 부재료로 커피가 들어간 약주를 카페에서 취급하도록 권할 것이다.
세번째 시리즈는 복숭아, 합정피치다. 복숭아 향이 물씬 나는 약주 합정피치 역시 이자카야를 주된 공략 대상으로 삼을 참이다. 나머지 4~6번째 약주는 아직 고민 중이다. 청포도가 들어간 약주도 생각하고 있다. 연희 시리즈 막걸리를 통해 확보한 인지도를 토대로 합정 약주 시리즈를 올 연말부터 일년에 두개 제품 정도씩 내놓을 생각이다.”
-막걸리, 약주 다음은 증류주인데?
“당장의 고민은 약주 시리즈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탁주, 약주에 이어 증류주도 도전할 참이다. 그런데 주세법상 제약이 있다. 소규모 양조장 면허로는 탁주와 약주는 가능한데, 증류주는 아직 면허 자체가 없다. 하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소규모 양조장 증류주 면허도 허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홍대상권 내에서 증류주 양조장을 따로 낼까도 생각 중이다. 연희(막걸리), 합정(약주)에 이어 홍대나 망원동쪽에 증류주 전문 양조장을 차려, 삼각편대 양조장을 운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