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007310)가 자사로 식품 용기와 포장재 등을 납품했던 포장재 생산 자회사 풍림피앤피(풍림P&P) 띄우기에 나섰다. 종이 등 친환경 포장재를 앞세운 납품처 다변화는 물론 점착류 제조업체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영역 확장도 본격화했다.

기후위기 등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포장재 시장이 덩달아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엔 포장·테이프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 풍림피앤피를 동원그룹 동원시스템즈(014820)와 같은 주력 계열사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오뚜기 리무버블 스티커 라벨. /오뚜기 제공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풍림피앤피는 당초 오뚜기 정도로 요약됐던 이형지 및 연포장지 등 납품처를 올해 동서(026960), 한국맥널티, 체리푸드 등으로 확장했다. 노브랜드 자체브랜드인 피코크 등 올해만 48곳의 신규 거래처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풍림피앤피는 1988년 설립한 포장재 전문기업으로 2017년 8월 1일을 주식회사 풍림피앤피지주의 포장지제조사업본부가 물적분할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2018년 7월 오뚜기가 풍림피앤피지주를 흡수합병하며 오뚜기의 100% 자회사가 됐다.

오뚜기가 친환경 식품 포장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확산 영향으로 친환경 식품 포장재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 포장 내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거나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20년 기준 3238억 달러(424조원) 수준이었던 친환경 식품 포장재 시장이 매년 5%이상 성장해 2028년이면 4782억 달러(625조원)로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친환경이 소비자의 구매 기준으로 올라섰다는 판단에서다.

오뚜기는 지난해 종이 포장재 개발 전문기업인 에코페이퍼와 종이 포장재 개발 업무협약을 맺는 등 기술 개발을 계속해 왔다. 올해 들어선 한솔제지와 손잡고 파우치, 면 포장 등에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술 개발을 시작하기도 했다.

특히 풍림피앤피는 올해 들어 정관 내 사업 목적에 ‘접착 테이프 제조 및 판매업’을 새로 추가하고 테이프 및 접착류 전문 제조업체 리오정밀을 인수했다. 리오정밀은 폴리프로필렌(PP)을 주원료로 하는 OPP 테이프 생산 전문업체로 꼽힌다.

오뚜기 관계자는 “모든 포장의 마무리는 대부분 테이프로 이뤄지는 만큼 평소 테이프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포장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한 것은 물론 친환경 제품으로 사업 확장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오뚜기는 풍림피앤피를 향후 동원시스템즈와 같은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동원그룹 동원시스템즈는 포장·정밀사업 부문에서의 대한은박지 등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종합 포장재 전문기업으로 변모, 지난해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오뚜기는 풍림피앤피의 사업 확장이 지배구조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 포장재 기술 개발 및 납품처 다변화가 오뚜기 진라면 등의 면포장류, 오뚜기 마요네즈로의 PP캡 납품 등으로 불거진 내부거래 비중 축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풍림피앤피는 2020년 전체 매출의 68%를 오뚜기, 오뚜기라면, 오뚜기제유, 오뚜기냉장식품 등 특수관계자와의 내부매출에서 올렸지만,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이 65%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는 내부거래 비중이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뚜기의 풍림피앤피 사업 강화는 친환경 포장재 시장에서의 사업 강화와 내부거래 비중 축소를 모두 이루는 방법”이라면서 “오뚜기는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함영준 회장 등이 사익을 편취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풍림피앤피는 지난 3월 이사회 내 사외이사에 20년 이상 포장재·테이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마상건 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생산기술 등 관련 지식에 대한 자문 역할과 경영 투명화를 위한 이사 선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