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군부대 내 생활관의 PX.

군마트(PX)에 납품을 하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최근 세무 당국으로부터 세금폭탄을 맞았다. 그동안 군납 판매액에 포함된 복지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를 하지 않았는데, 세무 당국이 복지금 상당액도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있다며 청구서를 발행한 것이다.

군납 매출에 따라 청구액 규모 차이는 있지만, 5년간 누락된 부가세에 무신고가산세 등을 합산하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PX에는 타 판매 채널 대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했던 제조사들은 복지금마저 과세 대상이 되면서 군납사업의 세후 이익이 적자를 보게 될 상황이다.

청구서를 받은 기업 중 일부는 납부 지연으로 추가적인 납부불성실가산세(일 0.0025% / 연 9.125%)가 붙을 것을 우려해 일단 청구된 세금을 납부하고, 조세불복소송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오리온(271560)크라운제과(264900)는 이달 들어 용산세무서로부터 군납 매출 중 누락된 복지금 상당액에 대한 부가가치세 청구서가 담긴 공문을 받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군납 매출액 중 세금 납부가 누락됐다며 이에 대한 해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안내 공문을 수령했다”면서 “향후 대응을 놓고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도 “동일한 공문을 받았다”며 “대응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이보다 먼저 청구서를 수령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 계열사는 일단 청구된 세금을 납부하고 조세불복소송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2016년 전체와 2017년 3분기까지 부과된 세금에 대해 일단 납부했다”면서 “불복소송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우리는 2016년 1분기 해당분만 청구서가 왔다. 일단 청구된 금액은 납부했다”면서 “조세불복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000080) 등 다른 식품기업들도 세금통지서 수령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식품기업 등 국군복지단과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한 사업자들은 그동안 군마트 매출액에서 군인복지기금의 재원이 되는 복지금(판매액의 7.2%)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국군복지단으로부터 상품 판매 대가를 받을 때, 해당액은 공제하고 수령하는 만큼 공급가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이 한 화장품 군납업체가 제기한 조세불복소송에서 “복지금을 포함한 판매가격 전액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판결하면서 세금 청구 근거가 생겼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지난해 9월 2013년부터 국군복지단과 위·수탁거래 계약을 체결해 PX에서 화장품을 판매한 A사가 제기한 ‘복지금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하고,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A사는 세무 당국으로부터 국군복지단에 지급한 복지금 29억7600여만원의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2013년 2기~2018년 1기까지 부가가치세 10억3200여만원이 부과되자 소송을 제기했었다.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군마트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한다. 연간 400억원대 판매액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B사가 내는 복지금의 규모는 28억8000만원에 해당한다. 이를 5년으로 합산하면 과세 대상액은 144억원이 된다. 이 금액에 부가가치세율(10%)과 무신고가산세, 납부불성실가산세 등을 추산하면 20억원 규모가 된다. 만약 세무 당국이 일반무신고가 아닌 ‘부정무신고’ 등으로 판단했다면 청구액은 크게 불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 간 군납을 해오면서 복지금 상당액은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봐왔는데 갑자기 다른 해석이 적용돼 당황스럽다”면서 “법무적인 내용을 검토하며 대응하려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식품기업 뿐만 아니라 군납을 하는 화장품, 피복업체도 모두 청구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부가세 청구 근거가 된 재판이 1심만 진행된 상황인데, 항소심 등을 통해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