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원료인 주정 값이 10년 만에 오르면서 소주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일부터 주정 가격을 7.8% 인상했다. 과세 주정은 200리터들이 한 드럼의 가격이 종전 36만3743원에서 39만1527원으로 7.6%, 미납세 및 면세 주정은 한 드럼이 35만1203원에서 37만8987원으로 7.8% 올렸다.
대한주정판매는 진로발효 등 10개 국내 주정 제조회사가 지분을 참여해 만든 주정 판매 전담 회사다. 업체들이 제조한 주정을 일괄적으로 사들인 뒤, 각 소주업체에 판매한다. 소주회사들은 대한주정판매에서 산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추가해 희석식 소주를 만든다.
업계에서는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 값이 대폭 인상된 만큼 소주 가격도 함께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주정 가격은 소주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면서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업체 별로 인상 폭과 시기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 제조사들은 지난 2012년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인상하자 한달 이내 가격을 올린바 있다.
소주 제조사들은 그동안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주정 사용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누려왔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순한 소주 트렌드’를 강조하며 대표 소주 제품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각각 내렸다.
소주업계에 따르면 알코올도수를 0.1도 내리면 병당 주정값 0.6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0.4도를 내리면 병당 주정값만 2.4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도수 낮추기로 하이트진로는 연간 약 36억원, 롯데칠성음료는 약 1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소주 병뚜껑 가격도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삼화왕관과 세왕금속공업 등 병뚜껑 업체들은 지난 1일 소주 병뚜껑의 공급가를 평균 16% 인상했다.
국내 1위 소주업체인 하이트진로(000080)는 가격 인상과 관련해 “원부자재 비용 부담 증가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