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중국 2대 전자상거래 행사인 ’618 쇼핑 행사’에서 매출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내 케이(K)패션의 성공 가능성을 본 무신사는 올해 현지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온라인 사업도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618 행사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JD그룹(징동닷컴)이 창립기념일인 6월 18일을 기념해 시작된 할인 행사다. 징동, 티몰(天猫) 등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들이 함께 참여해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에 힘입어, 618 행사에 참여한 중국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의 총거래액(GMV)이 8556억위안(약 163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4일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에 따르면, 미스토홀딩스(081660)의 스포츠 패션 브랜드 ‘휠라(FILA)’는 올해 618 행사 내 스포츠 및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 매출액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카테고리 내 1위와 3위는 각각 나이키와 아디다스였는데,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준수한 성과를 낸 것이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창립됐으나, 지난 2007년 대한민국 지사 휠라코리아가 이탈리아 본사를 완전히 인수하며 한국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후 휠라는 2009년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ANTA)그룹과 합작 형태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휠라는 중국 내에서 사업을 직접 하는 대신, 상표권 계약을 맺고 운영권을 안타그룹에 넘겼다.
F&F(383220)의 의류 브랜드 ‘MLB’도 618 행사 스포츠 브랜드 분야에서 18위에 올랐다. MLB는 F&F가 지난 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 협회로부터 전 세계 최초로 의류 판권을 획득해 만든 브랜드다. 대표 제품은 메이저리그 팀 로고가 박힌 볼캡(모자) 등으로, 2020년 중국에 진출했다. 현재 1000여 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아웃도어 부문 5위에 올랐다. 코오롱스포츠는 1973년 처음 출시해 40년이 넘은 브랜드로, 지난 2017년 중국 안타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해 현지에 진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로 부상 중인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젠틀몬스터’는 시계·안경 분야에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젠틀몬스터는 2016년 베이징과 상하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했고, 현재 20개 이상의 직영 매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의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는 신규 브랜드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2018년 출범 이후 독특한 디자인의 꽃 모양 로고를 브랜드 시그니처로 삼아 성장해 왔다. 특히 20~4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성공한 토종 여성복 브랜드로 꼽힌다.
한국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올해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해 한국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다. 무신사는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5 무신사 글로벌파트너스 데이’를 개최하고, 올해 하반기 중 중국 상하이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한국 내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중국인이 부쩍 늘었다”라며 “중국 내 K패션의 성공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무신사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인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중국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4월 기준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입점 브랜드는 약 2000개이며, 모바일 앱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300만명 수준이다.
무신사는 국토가 넓은 중국 시장을 고려해 현지 진출 과정에서 안타그룹과 협력해 현지 물류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안타그룹은 다국적 스포츠웨어 기업으로, 매출액 규모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전 세계 3위다.
안타 그룹은 전국을 커버하는 ‘5+N’ 물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전역의 핵심 지역 5곳에 대규모 물류 허브를 두고, 주변 도시에는 다수의 중소형 창고를 세워 온라인 주문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구조다.
무신사는 경쟁력 있는 K-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 2030년까지 글로벌 기준 연간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지역별로 최고의 파트너사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인 입장에선 마치 자국 로컬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