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오는 21일 출시하는 헤드웨어 브랜드 어티슈. /어티슈 인스타그램

모자, 안경, 가방... 잡화가 케이(K)패션 성공 공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오는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신규 모자 브랜드 ‘어티슈(ATIISU)’의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안경(젠틀몬스터), 뷰티(탬버린즈), 디저트(누데이크)에 이어 모자를 신사업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티슈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기존 브랜드들처럼 독특한 세계관과 디자인을 내세운다. 모자 뒤에 날개가 달린 듯한 디테일을 넣거나, 머리에 팬티스타킹을 뒤집어쓴 듯한 연출을 제안한다. 앞서 젠틀몬스터가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얻었듯, 스트레이키즈 필릭스가 어티슈를 착용해 출시 전부터 입소문을 얻고 있다. 회사는 모자 대신 ‘헤드웨어’라는 명칭을 써 카테고리의 개념 전환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연결 기준 매출은 7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5% 급증한 2338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0%에 달했다. 업계에선 이 회사가 독특한 마케팅으로 자사 브랜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하고, 의류가 아닌 안경, 향수 등 계절이나 체형, 사이즈를 타지 않는 잡화 상품군을 공략한 걸 성공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원가는 1237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이 16%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패션 대기업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원가율이 각각 43%, 38%인 걸 고려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들 기업은 주로 고급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이미스. 모자와 가방을 주력으로 하는 이 브랜드는 매출의 절반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이미스 인스타그램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 위축으로 패션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추세에도 젠틀몬스터가 지속 성장한 이유는 잡화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 덕분”이라며 “의류가 계절이나 트렌드, 체형에 민감하지만, 잡화는 글로벌 진출에 유리하고 재고 부담도 적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시작하는 모자 역시 이익이 많이 남는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패션 브랜드 이미스(EMIS)가 성공 사례다. 로고 모자와 가방을 주력으로 운영하는 이미스는 지난해 매출이 8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29억원으로 194% 늘었다. 매출의 절반이 이익으로 남은 셈이다. 이 회사는 최근 일본, 홍콩, 방콕, 마카오 등에 진출했다.

연 매출 1조가 넘는 F&F의 MLB도 모자로 시작해 의류까지 사업을 확장한 사례다. 이 회사는 2018년까지만 해도 모자 매출 비중이 60%가 넘었으나, 이후 의류, 신발, 가방까지 비중을 확대했다. MLB의 매출 40%는 중국 등 해외 판매에서 발생한다. 최근 K패션 선두 주자로 부상한 마뗑킴 역시 가방과 지갑, 모자 등 액세서리 비중이 전체 상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