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1시 일본 후쿠오카 롯폰마츠역 근처 세븐일레븐 편의점. 매장 한편에 한국 색조 브랜드 ‘클리오’ 제품과 ‘VT코스메틱’의 제품이 각각 위아래로 진열대 한층 씩을 차지했다. 편의점 직원 타카유키씨는 “최근 한국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라며 “화장품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로손 편의점 매장엔 한국 브랜드 ‘앤드바이롬앤’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여학생 무리가 매대를 지나치지 않고 구경했다. 식료품 등 다른 코너에 비해 체류 시간이 길었다.

지난달 27일 일본 후쿠오카 세븐일레븐 매장에 클리오와 VT코스메틱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최효정 기자

일본 편의점 업계가 점포 수 감소와 소비 부진 위기 속에서 케이(K)뷰티를 승부수로 던졌다. 편의점 입장에선 화장품을 구경하기 위해 오는 10~20대 소비자가 늘어 집객 효과를 누리고, K뷰티는 해외 유통망을 얻을 수 있어 윈윈(win-win)이다. 과거 편의점 화장품이 여행용 등 ‘긴급 수요형’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이젠 화장품을 사러 편의점을 일부러 찾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는 전언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 3위 로손은 2023년 한국 뷰티 브랜드 롬앤과 공동 개발한 아이섀도 팔레트를 출시, 출시 3일 만에 30만 개를 완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앤드바이롬앤이라는 이름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은 다양한 색조 구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편의점 업계 1위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한국의 클리오 산하 브랜드 ‘트윙클팝 바이 클리오’를 입점시켰다. 이는 20년 만에 입점한 신규 화장품 브랜드다. 1000엔 안팎의 가격으로 아이섀도와 립틴트 등 22개 제품을 선보였다. 판매 개시 직후 세븐일레븐의 여성 화장품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일본 훼미리마트는 LG생활건강과 함께 ‘하나 바이 힌스’ 브랜드를 내놨다. 25~35세가 주요 타깃인 ‘힌스’의 자매 브랜드다. 18~25세의 더 어린 계층을 대상으로 했다. 훼미리마트는 한국 화장품을 통해 젊은 소비자의 구매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K뷰티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생) 모객을 위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젊은 일본 여성들에게 한류 등의 영향으로 저렴하지만 세련된 K뷰티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덕이다. 실제로 일본의 한 여론조사 결과 Z세대 일본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조 브랜드 1·2위는 각각 클리오와 롬앤으로, 모두 한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K뷰티는 일본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연간 화장품 수입 실적에 따르면 K뷰티는 일본의 전체 화장품 수입에서 30.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3년 연속 1위 수성이다.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1342억7000만엔(약 1조2647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2위 프랑스와의 점유율 격차도 전년 대비 4.6%p 높아졌다. 프랑스 제품 수입액은 1083억3000만엔(약 1조200억원)으로 점유율은 24.4%였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저렴하지만 세련된 K뷰티 제품이 일본 10대와 20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라며 “일본은 소비가 편의점에 집중된 경향이 있어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은 탁월한 선택이다. K뷰티가 일본 소비자들의 일상에 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