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5월 13일 오후 2시 53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중고거래 시범사업 기한을 오는 12월 31일까지로 7개월 연장하며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손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범사업 진행 기간 동안 가이드라인 위반한 판매 글이 여럿 발견된 탓에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거래 가능 제품이 기존 ‘소비기한 6개월 이상’에서 ‘소비기한 내’로 완화됐다. 소비기한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제품도 거래가 가능한 셈이다. 과거에는 ‘개인별 누적 총 10회·30만원 이내’로 거래 횟수와 금액이 모두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금액 제한 없이 10회 이내로 거래하기만 하면 된다. 제품 표기 역시 기존에는 모든 표시 사항이 명확히 보여야 했지만, 앞으로는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 또는 문구’만 드러나면 된다.
문제는 식약처가 이번에 조정한 가이드라인이 그동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작년 9월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 커뮤니티 내 의약품 및 건기식 거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법 거래로 적발된 사례는 총 571건, 이 중 건기식 관련 위반은 294건(51.5%)이었다. 위반 유형은 이미 개봉된 제품 판매(91건), 소비기한 임박 제품(44건), 표시 사항 미확인 제품(34건), 냉장·냉동 보관 필요 제품의 상온 거래(7건) 등이었다.
예컨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려는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가 아닌 다른 카테고리에 글을 올리면 소비기한 등 필수 사항을 입력하지 않아도 글을 올릴 수 있다. 또 개인 간 거래 가능 횟수 10회·30만원 제한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비자가 여러 개의 제품을 한 개의 게시글에 올리면 거래가 실제로 몇 번 이뤄졌는지 제대로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탓이다.
식약처의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위반 사례에 대한 보완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 가능 플랫폼을 시범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중고나라’ 등으로 확대할 계획까지 포함됐다. 다만 ‘이상사례 발생 시 신고 방법’과 ‘불량식품 구매 시 신고처 안내’, ‘해외직구식품, 의약품 거래 금지 안내’ 등 정보 제공 항목은 추가됐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건기식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준수사항 위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개선이나 보완 절차도 없이 준수사항을 완화해 시범 사업 기간을 연장한 것은 국민 건강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정 결정”이라고 밝혔다. 약사회가 지난 1년간 시범 사업을 모니터링한 결과 무허가 추정 제품 판매, 포장지 개봉 판매 등 가이드라인 위반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건기식은 기능성과 품질을 전제로 판매되는 특수식품이기 때문에 유통 및 보관 상태에 따라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본격적인 제도화에 앞서 플랫폼 책임 강화, 거래 인증 절차 마련 등 보다 적극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기도 어렵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인 간 중고 거래가 허용되면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건기식을 구매할 수 있고, 건기식을 쉽게 처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통 채널의 경우 인터넷몰이 69.8%를 차지했다. 인터넷몰 중에서도 오픈마켓 및 소셜커머스가 32.3%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약국은 4.2% 수준이다.
식약처는 시범 사업 시행 후 현재까지 거래 제품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 사례나 안전성 문제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또 “소비자의 가격 접근성과 거래 편의를 고려해 기준을 합리화한 것”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내 항목을 강화하고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올해 연말까지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주요 플랫폼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반 사례나 허위·과대광고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관련 교육과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